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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닝 Jun 11. 2021

비즈니스와 서비스를 구현하는 건 좀 다른데요..

아니, 서비스와 비즈니스는 독립변수가 아니다. 궤를 같이하는 운명공동체다

나 : 서비스 스펙은 비즈니스의 방향을 따라서 결정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아요.
A : 음, 비즈니스와 서비스를 구현하는 건 좀 다른데요...


오늘 타 회사와의 회의 중 들은 말이다. 정확한 워딩은 생각나지 않아 대강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다만 그닥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던 터라 내 의견에 반박하기 위한 어느 정도의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긴 문장이었던 건 분명하다.



비즈니스와 서비스를 구현하는 건 좀 다른데요


그럼, 이 말은 맞을까 틀릴까? 내용에 따라 반은 맞고 반은 틀릴 수 있을 것 같다.


  - 비즈니스가 유저 편의성을 해치는 정도로 넘나든다? 그건 서비스를 만드는 입장에서 쌍수를 들고 반대해야 할 일이다. 아무리 사업 가치가 중요하다고 한들 기존 유저의 사용성을 지나치게 해치거나 광고로 점철시키거나, '사용' 자체를 방해한다면 그것은 NO다.


  - 비즈니스와 서비스를 구현하는 게 정말 다를까? 내 대답은 전혀 아니다이다. (참고로 대화의 맥락은 구현 방식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두개가 상관이 적다 ... 요 정도의 뉘앙스로 이해했다) 비즈니스와 서비스는 절대 독립변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저 대화를 비롯한 이번 회의를 마치고, PM으로서 서비스의 방향을 정할 때 비즈니스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다시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내 생각과 방향이 틀리지 않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스스로의 격려 차원이다.




모빌리티 관련 서비스에서 일했던 적이 있다. 소위 '돈을 쓰기'로 유명한 조직이었다. 데이터 자체가 방대한데다가 운영에 들어가는 공수는 적지 않은 데 비해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광고도 들어가기 전이었고, 그나마 대안은 포털 자체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을 장소 정보와 연결해주는 것이랄까? 애초에 맵이라는 것 자체가 이동과 연결이라는 큰 축 하에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가며 움직이는 서비스여서 더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IT 포털 대기업들만 건드릴 수 있는 서비스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이유에서  업무 우선순위와 로드맵의 방향은 서비스 자체가 제공하는 유저 가치 측면에 포커스를 맞추어 선정되고 실행되어야만 했다. 우선순위는 항상 유저의 니즈를 향해 있었다.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러다 지금의 직장에서 비즈니스 기반의 서비스를 만났다. 겉모양은 커뮤니티였지만 명확한 비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곳이었다. 특정 타겟층의 사람들을 모았고, 모인 공간에서 참여 주체간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을 명확히 지향했다. 비록 서비스는 다소 어설펐지만 업계의 흐름과 사업 방향은 날개 돋힌 듯 확장되어 갔다. 그 때 알았다. 서비스 편의성과 완성도의 측면도 중요하긴 하지만 그 앞단에는 비즈니스가 있다는 것. 여기에서는 비즈니스로 표현했지만 '유저들의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해준다'는 것을 포함한 개념이다.


그래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사용자의 니즈를 분명하게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서비스라면(니즈를 해소시킨다는 것에 비즈니스가 담겨있을 수 있음) 디테일한 완성도와는 별개로 사용자들은 그 제품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대안이 없으니까. 빠르게 출시하고 수정하고 제품을 디벨롭해나가면서 유저 피드백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피드백 속에서 이 서비스가 계속 유저의 문제를 잘 해결해주고 있는가, 우리 사업의 방향을 잘 담아내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증명하고 확인해나가는 것이다.






PM의 바이블이라는 '인스파이어드'에서는 제품 전략의 원칙을 다섯 가지 항목으로 소개하고 있다.


[제품 전략의 원칙 다섯 가지]

1. 한 번에 한 가지 시장 혹은 고객에 집중하라.  (중략)

2. 제품 전략은 사업 전략과 연계되어야 한다. 제품 비전은 조직에 영감을 불어넣지만, 그 조직은 궁극적으로 사업 전략을 실행하는 솔루션을 찾아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사업 전략이 수익화 전략이나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포함한다면 제품 전략은 이와 연계되어 수립되어야 한다.

3. 제품 전략은 영업 및 시장 진출 전략과 연계되어야 한다. (중략)

4. 경쟁사가 아닌 고객에 집중하라 (중략)

5. 제품 전략을 조직 전체와 소통하라. (중략)

- 인스파이어드, p.154-155


이 중 2번과 3번이 제품 전략과 사업 전략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인데 백번 공감한다. 서비스 기획자가 아닌 적어도 PM이라면 서비스의 방향과 원칙을 세울 때 사업적인 방향과 로드맵을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 둘은 궤를 같이 하는 운명공동체다.

결국 제품의 전략이란 사업이 가는 방향을 지지하고 서포트해주는 것을 전제로 하며 궁극적으로는 두 가지가 '함께'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고 비즈니스 성과도 창출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비즈니스만으로 혹은 서비스만으로는는 해나갈 수 없는 문제다.



결국 서비스의 방향과 로드맵을 정하면서 비즈니스의 맥락을 배제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논리다. 아니, 애초에 프로덕트 매니저라면 조금은 위험한 마인드셋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기획자가 그렇다는 말은 절대 아니고, 내가 서비스 기획자의 자리에서 서비스 하나만 바라볼 때 가졌던 편견 중의 하나였기도 하니 이해는 가지만.. (엄청난 유저 가치를 왜 사업 방향이 좌지우지해야해? 라며..)



이후에 똑같은 방향의 대화를 마주한다면, 당황하지 않고 촘촘한 근거로 대답하고 싶다.
"그래서 지금의 사업 성과는 어떠신가요?"....ㅎㅎㅎ (희망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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