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서비스와 비즈니스는 독립변수가 아니다. 궤를 같이하는 운명공동체다
나 : 서비스 스펙은 비즈니스의 방향을 따라서 결정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아요.
A : 음, 비즈니스와 서비스를 구현하는 건 좀 다른데요...
오늘 타 회사와의 회의 중 들은 말이다. 정확한 워딩은 생각나지 않아 대강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다만 그닥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던 터라 내 의견에 반박하기 위한 어느 정도의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긴 문장이었던 건 분명하다.
비즈니스와 서비스를 구현하는 건 좀 다른데요
그럼, 이 말은 맞을까 틀릴까? 내용에 따라 반은 맞고 반은 틀릴 수 있을 것 같다.
- 비즈니스가 유저 편의성을 해치는 정도로 넘나든다? 그건 서비스를 만드는 입장에서 쌍수를 들고 반대해야 할 일이다. 아무리 사업 가치가 중요하다고 한들 기존 유저의 사용성을 지나치게 해치거나 광고로 점철시키거나, '사용' 자체를 방해한다면 그것은 NO다.
- 비즈니스와 서비스를 구현하는 게 정말 다를까? 내 대답은 전혀 아니다이다. (참고로 대화의 맥락은 구현 방식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두개가 상관이 적다 ... 요 정도의 뉘앙스로 이해했다) 비즈니스와 서비스는 절대 독립변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저 대화를 비롯한 이번 회의를 마치고, PM으로서 서비스의 방향을 정할 때 비즈니스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다시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내 생각과 방향이 틀리지 않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스스로의 격려 차원이다.
모빌리티 관련 서비스에서 일했던 적이 있다. 소위 '돈을 쓰기'로 유명한 조직이었다. 데이터 자체가 방대한데다가 운영에 들어가는 공수는 적지 않은 데 비해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광고도 들어가기 전이었고, 그나마 대안은 포털 자체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을 장소 정보와 연결해주는 것이랄까? 애초에 맵이라는 것 자체가 이동과 연결이라는 큰 축 하에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가며 움직이는 서비스여서 더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IT 포털 대기업들만 건드릴 수 있는 서비스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이유에서 늘 업무 우선순위와 로드맵의 방향은 서비스 자체가 제공하는 유저 가치 측면에 포커스를 맞추어 선정되고 실행되어야만 했다. 우선순위는 항상 유저의 니즈를 향해 있었다. 다른 건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러다 지금의 직장에서 비즈니스 기반의 서비스를 만났다. 겉모양은 커뮤니티였지만 명확한 비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곳이었다. 특정 타겟층의 사람들을 모았고, 모인 공간에서 참여 주체간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을 명확히 지향했다. 비록 서비스는 다소 어설펐지만 업계의 흐름과 사업 방향은 날개 돋힌 듯 확장되어 갔다. 그 때 알았다. 서비스 편의성과 완성도의 측면도 중요하긴 하지만 그 앞단에는 비즈니스가 있다는 것. 여기에서는 비즈니스로 표현했지만 '유저들의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해준다'는 것을 포함한 개념이다.
그래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사용자의 니즈를 분명하게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서비스라면(니즈를 해소시킨다는 것에 비즈니스가 담겨있을 수 있음) 디테일한 완성도와는 별개로 사용자들은 그 제품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대안이 없으니까. 빠르게 출시하고 수정하고 제품을 디벨롭해나가면서 유저 피드백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피드백 속에서 이 서비스가 계속 유저의 문제를 잘 해결해주고 있는가, 우리 사업의 방향을 잘 담아내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증명하고 확인해나가는 것이다.
PM의 바이블이라는 '인스파이어드'에서는 제품 전략의 원칙을 다섯 가지 항목으로 소개하고 있다.
[제품 전략의 원칙 다섯 가지]
1. 한 번에 한 가지 시장 혹은 고객에 집중하라. (중략)
2. 제품 전략은 사업 전략과 연계되어야 한다. 제품 비전은 조직에 영감을 불어넣지만, 그 조직은 궁극적으로 사업 전략을 실행하는 솔루션을 찾아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사업 전략이 수익화 전략이나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포함한다면 제품 전략은 이와 연계되어 수립되어야 한다.
3. 제품 전략은 영업 및 시장 진출 전략과 연계되어야 한다. (중략)
4. 경쟁사가 아닌 고객에 집중하라 (중략)
5. 제품 전략을 조직 전체와 소통하라. (중략)
- 인스파이어드, p.154-155
이 중 2번과 3번이 제품 전략과 사업 전략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인데 백번 공감한다. 서비스 기획자가 아닌 적어도 PM이라면 서비스의 방향과 원칙을 세울 때 사업적인 방향과 로드맵을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 둘은 궤를 같이 하는 운명공동체다.
결국 제품의 전략이란 사업이 가는 방향을 지지하고 서포트해주는 것을 전제로 하며 궁극적으로는 두 가지가 '함께'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고 비즈니스 성과도 창출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비즈니스만으로 혹은 서비스만으로는는 해나갈 수 없는 문제다.
결국 서비스의 방향과 로드맵을 정하면서 비즈니스의 맥락을 배제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논리다. 아니, 애초에 프로덕트 매니저라면 조금은 위험한 마인드셋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기획자가 그렇다는 말은 절대 아니고, 내가 서비스 기획자의 자리에서 서비스 하나만 바라볼 때 가졌던 편견 중의 하나였기도 하니 이해는 가지만.. (엄청난 유저 가치를 왜 사업 방향이 좌지우지해야해? 라며..)
이후에 똑같은 방향의 대화를 마주한다면, 당황하지 않고 촘촘한 근거로 대답하고 싶다.
"그래서 지금의 사업 성과는 어떠신가요?"....ㅎㅎㅎ (희망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