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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닝 Jul 23. 2021

치열하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서비스 보기

서비스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나일 수 있도록, 슬기로운 피엠생활

꼬박꼬박 시간맞춰 보는 게 부담스러워 드라마 챙겨보기를 주저하는 나인데, 요즘 푹 빠진 드라마가 있다. 바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막장 소재에 자극적인, 그야말로 매운맛인 요즘 트렌드(?)와는 다르게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 나도 모르게 눈물콧물 질질 짜면서 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넷플릭스에도 있어서 시간 될 때 편하게 보는 편인데, 얼마 전에 방영한 4화의 한 장면은 몇 번이나 뒤로감기로 문장을 받아적으며 곱씹어 봤다.


내용은 이렇다. 등장인물 중 선빈이라는 전공의 3년차가 있는데, 한 환자에게서 지속적으로 이상한 낌새가 보여 상태를 체크하다 펠로우 선생에게 보고한다. 그런데 펠로우는 환자 머리 쉽게 여는 게 아니라며 계속 판단을 지체하고.. 보다 못한 선빈이는 교수님에게 바로 알리겠다며 소위 '들이받는다'. 결국 그 환자는 선빈이라는 전공의의 판단 덕에 무사히 수술을 받고 살아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가 펠로우에게 들이받았다는 소문이 병원에 쭉 나게 되고, 이후 채송화 교수와 해당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실수였다고 반성하는 말을 하니 송화가 선빈이에게 이런 말을 한다. 



아니, 더 싸웠어야지.
니 판단이 맞다고 생각되면 밀어 붙였어야지.
니가 옆에서 지켜봤잖아. 니가 제일 잘 알아 그 환자분에 대해서.
그럼 니 판단을 믿고 더 싸웠어야지.
환자분 만약 잘못됐다면 그거 너 때문이야.
너 망설이고 우유부단했던 시간 때문에 환자 상태 더 나빠진거라구.
치열하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환자 봤으면 치열하게 싸워.
그래야 환자 살려.

슬기로운 의사생활 4화 중. 선빈에게 조언해주는 송화, 그 앞에서 눈물 글썽거리며 듣는 선빈. 






드라마 속 환경에서 그냥 지나가는 명대사일까? 보면서 PM인 나에게도 메시지를 던지는 뼈가 있는 대사라고 느꼈다. 


프로덕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을 만난다. 그들은 각자의 니즈가 있고 바라보는 관점도 처한 상황도 모두 다르다. 서비스의 방향과 사업적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것이 기본 전제인 상태에서, 각 이해관계자들 간의 니즈를 조율함과 동시에 유저들까지 만족시켜 나가야 한다는 미션이 우리에겐 늘, 주어진다.  


하지만 언제나 우선순위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비단 모든 일이 그럴 거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정을 하고 싶어도 리소스의 한계, 이해의 상충, 그 외 내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수없이 설득하고 조율하는 과정 또한 짊어지고 가야 할 숙제다. 


이 과정에서 때론 갈등은 불가피하다. 이걸 받아들이기까지 몇년이나 걸린지 모르겠다. 

의견이 다르다면 설득해야 한다. 상황이 어쩔 수 없다면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위한 일이라면 치열하게 부딪칠 줄도 알아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PM이 내리는 판단과 주장의 근거는 감이어선 안된다. 단지 가설에 그쳐서도 안된다. 

드라마에서 선빈이가 펠로우에게 들이받을 수 있던 이유가 뭐였을까. '이상한 것 같아요'가 아니었다. 밤새 몇 번이나 들락날락하며 확인한 환자의 상태, 시간대별 수치, 동공의 반응.. 이런 것들이 판단의 근거가 되어 밀어붙일 수 있었다. 그 환자를 가장 많이 옆에서 지켜보고 잘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PM도 마찬가지다. 우리 서비스의 데이터, 유저에 대한 명확한 이해, 피처와 사용성.. 이 모든 지식이 빼곡하게 머릿속에 들어있어야 한다. 서비스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야말로 나라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서비스를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야 이것들이 옳은 판단의 기반이 되어줄 수 있다. 옳은 판단은 우선순위를 더 잘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우선순위를 잘 정한다는 것은, 중요하고 덜 중요함의 명확한 기준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고 이것을 기반으로 설득하고 부딪혀나갈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어떤 갈등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도록 단단하게 지탱해주는 것은 서비스에 대한 깊이있는 고민에서 비롯한다. 


눈 앞의 업무에 매몰되어 바빴다는 핑계로, 우리 유저가 몇 명인지 접속 국가와 매출 규모 이런 기본적인 정보에도 무지했던 나를 반성해보는 이번 한 주였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서비스 보고.. 치열하게 서비스를 위해 싸울 수 있는 전투력도 길러야지. PM의 무기는 서비스 공부다.



환자 옆에 꼭 붙어서 상태를 지켜보는 선빈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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