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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구름 Jan 09. 2022

82년생 주공아파트

어느 아파트의 죽음



나보다 빨리 태어난 주공아파트는

비가 오면 꼭 귀신이 나올 것만 같다     



놀이터는 이미 주차장 신세      



동네 목욕탕도, 상가도, 보도블록도, 담장도  

조금씩 부서져 아픈데도

병원을 가지 않고 꾹 참고 버티고만 있다     



우람한 늙은 나무들은

속도 없이 울창하고

무심하게 한결같다     



모두가 소멸을 고하고 있다     



천천히

이 시간을 통과하고 있다



개포주공 3, 4단지(2014-2017)


삐뚤빼뚤 열린 창문, 오밀조밀 모인 장독대, 향긋한 장미 덤불, 까진 무릎으로 씩씩하게 자전거를 굴리는 세살배기 아이의 웃음이 이미 소멸되어버린 안쓰러운 우리 아파트를 가만히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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