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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구름 May 07. 2022

우리가 최선의 선택이라 믿는 것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너무 걱정하지 마. 아빠는 생각만 많아서 사는 게 힘들었잖니. 괜히 고민해봤자 도움 안 돼.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 거고 세상은 살아가게 돼 있어.      



주인공의 100년 인생사는 그의 어머니가 남긴 유언을 닮았다. 그는 그저 폭탄 만들기에 흥미가 있어 실험했을 뿐인데 오해를 받고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그곳에서 모진 수모를 겪은 후 잠시 쉬어가려던 마을에서 폭탄 제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어떤 시기에는 전쟁을 종식시키는 중요 인물이 되어 추앙을 받다가도, 냉전시대 세력의 한가운데에서 새우등 터지는 일을 빈번히 겪기도 한다.      



분명 폭탄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것은 동일한데, 상황과 환경에 따라 그것이 달리 규정된다.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 큰 성공과 행운을 가져다주어 ‘행복한 결말’인가 싶다가도, 이내 불운한 일이 터져 ‘안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다 다시 또 좋은 일이 생긴다. 누가 의도하는 것이 아니건만, 원래 다 그런 것이라는 듯 오르락내리락하며 굴곡지게 펼쳐진다. 예측 가능한 것은 오직 ‘삶은 예측 가능하지 않게 무심히 흘러간다는 것’ 뿐.  

 


그냥 폭탄을 잘 만들었을 뿐인데

     


삶이 끝없는 터널처럼 깜깜할 때는 내 안의 모난 조각들이 밀려들어왔다. 평소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던 사소한 좌절, 수치, 분노들이 다가와 나를 괴롭혔다. 심지어 잘했다고 여겼던 많은 선택들마저도 하찮게 느꼈고, 잘하지 못했던 선택들도 더불어 소환되어 버거웠다. 나는 똑같은 나인데, 주인공 노인처럼 어떤 상황과 환경을 만나느냐에 따라 너무도 쉽게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고백하기전 신중하게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 많은 청년


우리는 최대한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선택한다고 믿으며 산다. 문제라 여겨지는 많은 것들을 통제하며 나름대로 잘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상 과거 잘한 선택이라 의심치 않았던 것들이 돌아보면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 될 때도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필연적으로 정답 없이 매번 조금씩 틀릴 수밖에 없는 완벽하지 못한 우리의 선택들. 현실이 이러하니, 우리가 치열하게 고민해서 선택이라는 행위를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니 결국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하루하루 그냥 살아가는 것 뿐. 그 어느 날 소중한 순간이 찾아오면 감사히 잘 받아들이고, 또 어느 날 버텨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면 몸을 최대한 낮추고 부디 잘 지나가길 기다리며, 그렇게 흘러가면 될 것이다.

    



소중한 것이 오면 따지지 않고 행운을 누려보자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The 100 year old man who climbed out the window and disappeared, 2014) / 영화 / 스웨덴 / Felix Herng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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