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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구름 Jul 18. 2022

내 작은 집이 되어줄래요?

영화 코끼리와 나비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앙투안 아저씨. 엄마는 친구라고 소개하지만, 가만 보니 엄마랑 분위기가 썩 좋지 않은 것 같다. 엄마의 난처한 얼굴을 보니 거짓말을 하는 게 티가 난다.     



베이비시터가 연락이 되지 않은 바람에, 어쩌다 보니 처음 본 엄마 친구 아저씨와 1박 2일을 지내게 된 엘자. 미술놀이, 잡기 놀이, 책 읽기, 밥 먹기, 바다 보기, 선크림 바르기, 아저씨네 엄마의 생일 축하 파티 하기.      



앙투안과 엘자의 1박 2일



세상의 많은 앙투안 중에서도 이 아저씨는 나의 하나뿐인 어떤 중요한 존재인 것 같다. 앙투안 아저씨의 눈빛, 손길, 따스함에 아이는 그가 아빠임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다.     



영화 속 동화책 <코끼리와 나비>에서 ‘함께 있을 때 안정감과 행복을 느꼈던 코끼리와 나비’처럼 엘자는 모르는 척 아빠와 시간을 즐기고 둘 만의 비밀을 공유하며 우정의 끈을 연결시켜둔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엄마와 아빠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엄마랑 함께 지내겠지만, 아이는 생생하게 현재를 살아가기에, 지금 이 순간을 한껏 노래에 담아 아빠에게 남긴다. 마음의 집은 단 하나가 아니며, 어쩔 수 없이 서로 떨어져 있더라도, 사랑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아빠라는 것을 눈치챈 엘자가 남기고 간 녹음기 속 노래를 듣는



우리 오늘 즐거웠고
같이 원숭이를 흉내 낸 거 좋았어요
우린 케이크를 구웠고,
우린 춤추고,
우린 아빠 책에서 식물도 보고
엄청나게 많은 걸 했고,
정말 좋았어요. 고마워요.     

내가 집이라면,
당신이 내 작은 집.
내 작은 집이 되어줄래요?     

우리가 함께 너무 행복하고,
우정으로 우리가 하나가 되면

우리는 서로를 절대
떠나지 않아야 할까요

내 손을 잡고,
날 사랑하는지 말해줘요



그 언젠가, 이 아이는 다시 또 지금처럼, 구불구불한 길로 기꺼이 날아와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말없는 ‘코끼리 앙투안’에게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말하며, 기쁘게 함께 산책에 나서리라.     




코끼리와 나비(The Elephant and The Butterfly, 2021) / 영화 / 벨기에 / Amelie van Elm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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