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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해진 May 15. 2021

외로움에 익숙해지기

공무원 시험 준비 중 때때로 혼자라는 생각에 쓸쓸하고 외로웠다. 마치 따스한 봄바람에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한 세상과 달리 차가운 땅 속에서 홀로 겨울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저기 바깥세상에서 봄바람을 느끼며 다른 이들과 어울리고 싶었다.

공무원을 준비함과 동시에 가족을 제외한 모든 이들과 연락을 끊었다. 가까운 친구들에게 공무원 준비를 시작한다는 문자를 끝으로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 친구들 이외의 사람들에겐 공무원을 준비한다는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취직에 실패해 공무원을 준비하냐는 동정 어린 시선이 싫었다. 열등감에서 비롯된 나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이들의 시선을 견딜 수 없었다. 나를 실패자, 패배자로 보는 것 같았다. 혹여, 공무원 시험에 낙방하기라도 한다면 세상 사람들 모두 나를 쓸모없는 사람이라 생각할 것 같았다. 당시의 나는, 번듯한 4년제 대학에 졸업했지만 능력이 없어 취직하지 못한 백수에 불가한 듯했다.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했고 남들에게도 그렇게 보일 거라 생각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는 이런 나를 세상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방패막이었을지도 모른다. 1년에 한 번 있는 중대한 시험을 위해 세상과 단절하는 굳은 결심을 한 듯 보이니 말이다. 시험 준비 전에도 SNS를 활발히 하는 편이 아니었다. 인스타그램 계정은 있었으나 업로드는 거의 하지 않고 맛집이나 핫플레이스를 검색하는 용도로 섰다. 카카오톡은 이미 그전부터 탈퇴하고 문자를 사용했다.

그렇게 나는 외로운 사람이 되었다. 유일하게 소통하던 곳은 공시생 커뮤니티였다. 각종 시험 일시, 지방직, 국가직 지역별, 직렬별 합격 컷이 공유되는 정보를 얻기 위한 곳이었다. 같은 꿈을 가지고 같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위로가 되었다.  나처럼 외로운 길을 홀로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어 나 혼자 외로운 게 아니라는 같잖은 위로를 스스로에게 건네었는지도 모른다.

이따금 친구들이 떠오를 때가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웃고 떠들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 친구들도, 그 시절도 모두 그리웠다. 때론,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인 사실을 모르는 지인들에게 안부 연락이 오기도 했다. 그동안 나를 잊지 않아 줘서 고마웠다. 나의 지난날을 함께 했던 이들이 그리웠다. 그리워서, 외로워서 추억을 회상했다. 그리고 끝이었다.

외롭다고 외로움을 외면하지 않았다. 외로움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외로울 때면 지난날 행복했던 추억들을 회상하며 합격하면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고 오히려 동기부여가 되었다. 1년 혹은 수년 이어지는 수험생 생활에 외로움은 더 이상 물리쳐야 하는 적이나 해결해야 하는 문젯거리가 아니다. 곁에 두어야 할 동반자이다. 곁에 두다 보면 혼자 헤쳐나가는 고독한 수험생활에 외로움에도 익숙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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