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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May 30. 2021

새 옷 No! 있는 옷을 더 잘 입고 싶은 당신에게

옷장 속 오래된 친구들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

나름 화려했던 소비 생활에 종지부를 찍는데 대단한 결심은 필요하지 않았다. 사회생활에 적응하던 기간 동안 많이 사고, 그만큼 되팔고, 또 사 모으고를 n년 정도 반복하니 자연스럽게 지겨워진 것이다. 연차가 쌓인 만큼 진득하게 돈을 모으고 싶기도 했고 중고거래를 통해 옷장을 싹 비워내고 느낀 여유가 마음에 들어, 비에 과하게 집착하던 나를 떠나보낸 지 두 달이 넘어가고 있다.



다행히 10을 소비하면 5 정도는 되팔 수 있는 나였고 나중에는 그것을 꽤 즐기게 되어, 옷장에 옷이 빼곡히 들어차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있는 옷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꾸준히 모색하고 있었다. 안 입는 바지나 티셔츠를 수선해 입는다던지, 늘 똑같이 코디하던 옷의 새로운 면을 발견한다던지. 새로운 식구는 최소한으로 들이고, 있는 옷을 더 잘 활용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주목해 보자.


애매한 옷은 수선으로 재탄생시켜보자


디자인과 핏 모두 취향이었지만 총장이 길어, 어디에 매치해도 항상 아쉬움을 남기는 맨투맨이 있었다. 선물 받은 옷이었기에 조금 망설였지만 지 모를 확신으로 과감하게 가위를 들었다. 내가 원하는 기장을 가진 세미 크롭 맨투맨을 뒤에 깔고,  길이에 맞추어 똑같이 자른 뒤 세탁소에 오버로크(올이 더 이상 풀리지 않게 마감하는 재봉법)를 부탁드렸다. (수선 비용으로 1,000원이 들었다)


수선 후 (오른쪽) 한껏 쿨하고 깔끔해진 핏감(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린넨이나 코튼에 비해 대환장 올파티가 일어날 수 있는 쭈리 원단이기에, 손 바느질을 감행했을 때 더 망칠 우려가 있다는 생각으로 반신반의하긴 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밑단이 돌돌 말려 올라가 안감이 보이는 부분이 나름 배색 효과가 되었고, 기장이 짧아진 탓에 내가 가지고 있는 하이웨스트 바지들과의 합이 아주 좋았다. 입을까 말까  고민하던 옷에서 휘뚜루마뚜루 선택할 수 있는 확신 있는 친구메이크오버 완료!



벌을 서로 다른 아이템과 10번 매치해보자


아무리 옷이 적은 사람이라도 가장 아끼는 옷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옷과 어울리는 어떤 상의나 하의와 늘 비슷하게 매치해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럴수록 한 벌 돌려 입기 스킬을 시전해 보자. 반팔 티셔츠 하나를 서너 벌의 바지와 매치해 입으면 그만큼 n개의 코디를 만들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꾸준히 시도하다 보면 '이 옷이 이거랑도 어울렸네?' 하는 조합도 발견하기 마련이다.


셔츠와 이 후드는 처음 매치해 봅니다만


내게는 브이넥으로 목이 파진 기모 후드티가 있다. 목이 드러나기에 얇은 목폴라를 이너로 챙겨 입고 그 위에 코트를 걸치는 형태로 항상 했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자 이 후드를 몇 번 입어보지 못한 게 아쉬워 '그럼 아우터입어볼까?'라는 생각으로 다른 방식의 매치를 시작했다. 크롭 기장 후드였기에 롱한 기장의 셔츠와 매치하니 밸런스 있는 스타일이 됐고, 여름을 제외한 모든 계절에 입을 수 있게 돼 활용도가  올라갔다.


보풀 제거와 바지 개는 방법에서 오는 변화!


니트류라면 보풀만 제거해도 금세 다른 옷이 될 수 있다. 니트를 바닥에 잘 펼치고, 보풀 제거기를 꼼꼼하게 돌려주면 별거 아닌데도 정갈하게 관리된 느낌을 줄 수 있으며 묘하게 스트레스도 풀 수 있어 일석이조다. 겨드랑이와 같이 서로 다른 패턴을 이어 붙인 이음새나 소매 끝, 밑단, 목 등 움직임이 많거나 자주 늘어지는 부분에 보풀이 생기기 마련이므로 런 부분을 신경 써서 제거해 주면  구매한 것처럼 말끔한 새 옷을 느낄 수 있다.


표면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새 것 같은 느낌의 니트 가디건


면바지라면 바지 깃만 잘 살려줘도 놓치고 있던 핏을 되찾을 수 있다. 나 역시 오랜 시간 동안 중앙에 달린 단추를 기준으로 데칼코마니처럼 반으로 접어 보관해 왔는데, 어떤 쇼핑몰 MD가 바지를 옆선 기준으로 접어 스팀 하는 모습을 보고 한 번 따라 해 보았다. 접는 모양만 바꿔 보관했을 뿐인데 바지 본연의 슬림한 핏이 살아났고, 이 모양 그대로 스팀을 돌려주면 새 바지처럼 반듯한 느낌 그대로 착용할 수 있어 선물 받은 기분이 된다.


오른쪽 처럼 바지 옆선이 중앙으로 오도록 접는 것을 추천합니다


옷이 적으니 더 다양한 스타일이 나온다고?


매월 꾸준히 옷장에 옷을 추가하던 습관을 없앴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다양한 옷으로 풍성한 코디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생각이 든다. 새 옷을 사면 그 옷 위주로 코디하느라 나머지 옷들끼리 매치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는데, 한정된 옷으로 스타일을 짜오히려 그 안에서 다양한 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의외로  어울리는 꿀 조합을 찾아낸다면 코디 앱에 잘 저장해 두며 나만의 룩을 만들어가는 요즘이다.


어느 정도 옷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새롭게 출시되는 신상에만 눈 돌리기 바빴던 사람이라면 주말에 잠깐 시간을 내고 옷장을 열어 구석구석을 살펴보자. 맨 끝이나 구석에 걸려있어 시선이 가지 않던 옷들, 어떻게 입으면 좋을지 몰라 방치해뒀던 옷들이 내일의 신선한 룩을 만들어 줄 좋은 친구가 되어줄지 모른다!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글쓰기 모임

'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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