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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Jun 28. 2021

오랜만에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가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눈이 떠지지 않은채 출근한 월요일 아침. 월요일 9시는 여느 날보다 다른 고요한 적막이 흐르곤 한다. 어느 누구도 재빠르게 키보드를 치지도 전화기를 붙잡고 열을 내며 통화하지도 않는다. 다 안다. 월요일 아침은 누구에게나 힘들다는걸. 잠시 동안 고요함으로 사무실 공간을 채우는건 일종의 암묵적인 룰이다. 나 또한 그랬다. 지난주 보고를 끝마치지 못해 기억을 금요일 끝자락에 맞추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카톡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몇 해전 K사에서 근무할 때 알게 된 지인이었다. 


'잘 지내?'


왠지 썩 반가움이 내키진 않았다. 내가 K사를 퇴사한 이후 한 두어번 연락했고 그 중 한 번은 자신 결혼식 초대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래도 적의는 없다. 그냥 알고 지냈던 사이였을 뿐. 


'어 오랜만이네. 난 잘 지내지? 형은 잘 지내?'

'나야 뭐 그렇지.'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린 공감 주제가 별로 없으니까. 그럼에도 잊지 않고 연락해준 마음 씀씀이는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난 새로 이직한 곳에서 나름 고군분투하고 있어 마음 곳곳이 걱정과 근심으로 꽉 차있었으니까. 다시 모니터를 쳐다 보고 있었다. 잠시 보고서 문장에 집중하다 보니 다음 질문 타이밍을 놓쳤다. 10분 정도 흘렀을까. 메시지를 다시 확인해보았다. 1이 남겨진 카톡 대화창에 그의 진심이 입력되어 있었다.


'나 K사 이직했다.'


순간 많은 생각 머릿속을 지나갔다. 결국 그가 말하려고 하는게 이거였단 말인가? 그래서 나보고 축하해달란 말인가? 내가 뻔히 K사 그만둔거 알면서 왜 그런 말을 한걸까? 


사실 그가 K사로 이직하고 싶어했던 배경은 너무도 절실하여 축하해주는게 마땅했다. 파견직이라 나름 설움 받았던 일. '을' 위치에서 K사 요구조건 맞추느라 고생했던 일. 몰래 면접보고 오다가 팀장과 버스터미널에서 마주쳤던 일. 


근데 내가 K사와 애증의 관계에 있다는 걸 알면서 왜 그랬을까? 내가 너무 민감한건가? 괜한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결국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거구나. 그러면서 내게 다시 묻는다.


'넌 지금 어디에 있어?'


대부분 아는 사람들은 내 경력을 보고는 왜 K사를 나왔냐고, 그렇게 좋은 회사를 왜 나왔냐고 묻는다. 그럴때마다 난 대답한다. 


'다들 사연이 있지요. 허허'


첫 직장이었고 나를 성장시켜준 만큼 애환도 많았다. 첫사랑 같은 존재였다. 한창 첫사랑에 실패했을 때 그녀 비슷한 이름만 들어도 심장이 쿵 하는 것처럼 말이다. 퇴사하고 나서 나같은 인재(?) 떠나보낸거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는 그런 심보는 전혀 없었다. 그냥 그 회사와 운명이 다했다고 할까? 


앞으로 내가 살아갈 일에만 집중하기로 했지만 가끔씩 내 안부를 이런 식으로 묻는 사람이 그리 달갑지 않다. 왜냐하면 누구나 퇴사를 꿈꾸기에 이미 떠난 나를 본인 선택의 잣대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답변을 회피하곤 한다. 선택은 본인의 몫인데 퇴사한 사람이 자신보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되면 그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더 나아가 이미 떠나버린 사람 뒤에서 말 장난을 한다. 난 그런 이중적인 면을 좋아하지 않는다.


재보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마지막 답장을 입력하고 대화창을 내렸다.


'암튼 축하해. 잘 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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