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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Oct 20. 2016

#07 <건강>

의지의 문제일까? 노화의 문제일까?

01 | 30대 운동은 뭔가 다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10km 이상을 달린다. 남은 시간에 수영을 한다. 그는 반복된 운동으로 채워진 일상이 주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좋아한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난 20대부터 꾸준히 운동을 해왔다. 솔직히 말하면, 운동한 만큼 결과가 따라 나왔다. 남들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30대가 되면서 운동의 효과가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 20대 때와 다르게 똑같은 시간을 달려도 그 효과는 미미하다. 숨은 더 가빠오고 몸은 더 쑤셔서 밤새 잠을 뒤척인 날이 더 많다. 이럴 바엔 그냥 운동 안 하고 쓰러져 자는 편이 낫겠다 싶다. '러너스 하이'라고 아는가? 달리기를 1시간 이상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낄 수 있는데, 몸이 극한의 상황에 다다르면 우리의 몸은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마약과 비슷한 물질을 생성한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예전엔 1시간 정도 10km 이상 뛰면 그런 기분을 느끼곤 했는데, 요즘엔 오래 유지하기도 힘들거니와 조금만 무리해도 '러너스 하이'가 느껴진다. 순간적인 운동의 강도는 약해지고 횟수를 늘리면 좀 적응이 될까 싶어 매일매일 다짐을 하며 생각하지만, 현관에 운동화 근처에도 못 가는 게 현실이다. 인체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믿고 그걸 뒷받침하는 과학적 결과들은 참 논리적이다. 그런데 나와 별개인 먼 이론 속 얘기 같다.



02 | 달리기가 주는 삶의 의미(feat. 걷기도 좋아요)


30대에 있어 가장 간단하면서도 운동 습관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운동은 '달리기'다. 주변의 지인들과 근황 토크를 해보면, 왜 그렇게 마라톤에 목숨을 거는지 모르겠다. 언젠가 김정운 작가가 그랬다. 마라톤을 하면서 왜 그렇게 자신과 싸움을 하냐고. 자아는 싸워서 정복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이리저리 달래고 좋은 말로 어루만져줘야 하는 그런 존재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기를 통해 본인이 느낄 수 있는 뭔가 특별한 서른 세대만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 있을 것 같다. 분명히 30대는 홀로 서야 하는 그 첫 시작의 문턱이기 때문에 달리기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나' 자신의 한계능력을 확인하려는 건 아닐까? 



다시 나의 일상으로 돌아와서, 그럼, 난 왜 그렇게 달리고 싶어 할까? 


먼저, 생각을 단순화할 수 있다. 평온한 등속 운동 속에 가끔 전력 질주할 때가 있는데, 허벅지에 피가 쏠리고 다리가 무거워지는 순간이 올 때면 '집에 갈까...?' 하는 한 가지 생각만 떠오른다. 그 시간엔 온갖 잡생각이 하나의 초점이 되어 버린다. 그렇게 내 삶을 쥐고 있던 정답 없는 생각의 고리들을 잠시나마 끊을 수 있다. 생각과 고민이 많아진 날엔 움직이기조차 귀찮고 힘든데, 일단 뛰고 나면 몸이 힘든 것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은 거 같다. 


다음으론 성취감이다. 천천히 달리다가 중간 목적지를 정해놓고 전력 질주했다가 다시 조금 쉬고, 다시 뛰고를 반복하다 보면 내 안의 세포들이 아직은 활발히 살아있음을 느낀다. 가파른 숨을 내뱉고 있으면 모든 것을 털어냈다는 느낌이 들어 덩달아 기분까지 좋아진다. 아직까지 뛸 수 있음에 감사하다.


목표를 정해놓고 매일매일 달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집착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난 인간이니까. 실수 딱지가 덕지덕지 붙은 한낱 인간일 뿐이니까. 인간답게 살려고. 그래도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습관은 만들어야겠다. 괜히 하루 빠뜨렸다고 불쾌해하지 말고 어차피 운동하는 건 나를 위한 거니 스트레스받지 말고 많이 달릴 수 있는 날엔 많이 달리고, 힘이 부치는 날엔 천천히 걸으면서 보폭에 집중하려 한다. 


뛰기 힘든 날엔 그냥 걷기만 해도 된다.  걷기 마니아인 배우 하정우 님은 그의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에서 걷기 예찬론을 펼친다. 머리가 복잡하고 기분이 복잡해질 때면 무조건 밖으로 나와 걷는다고 한다. 제2의 고향이라고 하는 하와이에 갈 때도 그저 걷는다. 영화 <베를린> 촬영이 있던 이태리에서도 그는 그저 그 넓고 긴 길을 묵묵히 걷는다. 달리기보다 더 쉽고 효과가 좋은 건 걷기란다. 우리 같은 30대는 더더욱 좋은 운동이다. 


오늘도 현관 앞에 운동화 끈을 다시 질끈 묶어 본다. 하루 목표치는 만보 이상이다. 체력이 좋은 날엔 2만 보까지 걷는다. 숨도 안차고 적당한 보폭과 리듬으로 발을 맞추면 마음도 안정된다. 이젠 습관이 되어서 날이 너무 덥지만 않으면 많이 걸으려 노력한다. 살도 많이 빠졌다. 걷다 보면 발걸음 수에 비례해서 좋은 아이디어와 삶에 대한 의지가 솟아난다. 집에 돌아와 찬물로 샤워까지 하면 그 개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잠도 잘 온다. 한 번 걸어 보시라. 평소 차를 타고 이동했던 거리도 걷다 보면 우리가 많은 풍경들을 너무 빨리 지나치고 온건 아닌지 스스로 알게 된다. '오늘은 저 건물이 많이 올라갔네, 여기 있던 꽃들은 다 피었구나, 새로운 커피숍이 생겼구나.' 삶이 좀 더 풍요로워진다. 어차피 우리는 다 건강하게 사는 게 목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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