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철 Jul 08. 2019

완벽주의자에게 용기란

귀찮음도 계획에 포함하자

날씨만 달라졌을 뿐인데


마음과 이성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데려온 6월의 어느 아침. 

올해는 장마가 일찍 찾아왔다.

밤부터 내린 비가 아침 도로 위를 촉촉이 적셔놨다. 


창밖 풍경을 바라보고 이내 곧 몸을 일으켰다.

밤새 식은땀으로 눅눅해진 잠옷을 벗어 세탁기에 던져놓았다.

시원하게 뿜어내는 샤워기 물세례를 받고 나니 기분이 상쾌하다.


욕실 문을 열고 나왔다.

아까와는 다른 기운이다. 방안이 후끈해졌다.

햇살이 힘을 쓰고 있다. 

내 인상도 찌그러진다. 


나뭇잎이 벌써 말라버렸다. 후덥지근하다. 

아침부터 꽤 만족스럽지 않은 기분에 다시 누웠다. 

불쾌한 기분이 온몸을 감싼다. 


그저 아침 날씨가 달라졌을 뿐인데. 

그저 그거뿐인데. 


날씨 변화에도 민감한 자들이여.



완벽주의자. 그대는 누구인가요


성실하다. 목표 제시가 분명하다. 신중하다. 

자기 규제가 심하다. 강박이 있다.


그들에게 용기란 단어가 어색하다. 

완벽한 상황과 빈틈없는 계획만 있을 뿐.

계획된 일이 틀어지면 다시 처음부터다.


매일같이 해야 하는 일. 

습관이 있으면 그들에겐 성경이고 법전이다.

습관은 규칙이 되고 때론 족쇄가 된다.


스스로 세운 규칙을 깨부술 필요가 있다.

남에 의해 깨어지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날씨가 변덕스럽다. 

다음 날은 빗소리에 잠이 깼다.

매일 아침 산책하던 습관에 차질이 생겼다.

나갈 수 없는 환경변화에 고민이 생긴다.


우산을 챙긴다. 

비가 오고 있는 아침의 운치를 즐겨본다.

빗소리가 경쾌하고 발걸음에 리듬이 붙는다.


완벽한 것은 없다. 그렇게 보일 뿐.

고통도 인생의 한 부분이고

게으름도 계획의 일부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살코기가 더 맛있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