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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Jul 14. 2019

그대를 돋보이게 해 줄게요

자기 검열이 지나친 그대에게

겸손은 항상 좋은 걸까


퇴사 후 2개월이 흘렀다. 

남들은 퇴사 후 이 시점부터 슬슬 불안감이 몰려온다고 하는데.

퇴사 전부터 그래 와서 오히려 담담하다.

다만 계속해서 탈락되는 전형 결과가 속상할 뿐이었다.


카페에서 평소와 같이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었다.

전 직장 동료분들이 저녁에 잠시 보자고 한다.

박 작가님, 책 내셨다고, 축하한다고.

손사래를 치며 그러지 말라고 했다.

그저 일기장 묶어서 낸 거라고.

그래도 대단하다고 난리다.

진심이 느껴졌기에 그냥 맞춰주었다.


유독 나는 나에 대한 평가에 인색해왔다.

그 흔한 자기소개서 하나 쓰는데도 

회사형 인재라고 쓰면 왠지 거짓말 같았다.

그래서 '자소설'이라고 하나 보다.


남이 그린 작품이나 그림, 새로 산 물건, 새 옷.

단점보다는 어떻게든 칭찬하려 노력했다.

반면 나를 칭찬해주면 온 몸을 떨며 

내게 있어 가장 촌스럽고 형편없는 문장을 들이댔다.


겸손은 절대 선이고

잘난 체는 남을 깎아내리는 우월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나를 보고 멋있다, 잘했다 하면 

'고맙습니다' 한 마디면 되는데.

괜히 마음속 깊은 치부를 드러내면서 까지 

낮출 필요는 없었는데.


그러한 행동들이 조금씩 내 자존감을 갉아먹는 줄 알았다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후회라는 불필요한 감정이 훅 들어왔다.



그래도 그대를 돋보이게 해 주는 게 좋아요


남 칭찬 잘하는 사람이 있다.

같이 있기만 해도 또 어떤 좋은 말을 해줄까 은근 기대된다.

가식이나 거짓이 아님을 알기에 자리는 즐겁다.


아직 나는 칭찬받는데 어색하다.

오히려 남을 칭찬하는 게 더 편하다.


한 번 이렇게 생각해본다.


우리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거울을 마주한다.

거울 속 내게 화도 내 보고 비아냥도 해본다.

그래 봤자 결국 나에게 하는 말들이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서며 

그들의 눈동자에 비친 나를 바라본다.

좋은 말을 하면 나에게 하는 말이다.


남을 내 진심 어린 칭찬과 양치한 언어로 표현해준다.

결국 내게 하는 말이다.

남을 비추고 돋보이게 하는 일.

거울 속 내게 하는 일이다.


비록 못생기고 어리석도 우둔해 보여도

우리는 자신을 사랑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내가 사랑하는 일상의 모든 단편들은

마음속 거울로 빛을 반사해 만들어 낸다.


그대를 사랑한다.

곧 나를 사랑한다.


오늘도 그대를 돋보이게 하는 일이 즐겁다.



대충 느낌이 누군지 알기만 하면 된다. 고생했다.


부끄럽지만 본인이 썼다. 한 권씩 사서 서재에 진열해보자. 보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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