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검열이 지나친 그대에게
퇴사 후 2개월이 흘렀다.
남들은 퇴사 후 이 시점부터 슬슬 불안감이 몰려온다고 하는데.
퇴사 전부터 그래 와서 오히려 담담하다.
다만 계속해서 탈락되는 전형 결과가 속상할 뿐이었다.
카페에서 평소와 같이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었다.
전 직장 동료분들이 저녁에 잠시 보자고 한다.
박 작가님, 책 내셨다고, 축하한다고.
손사래를 치며 그러지 말라고 했다.
그저 일기장 묶어서 낸 거라고.
그래도 대단하다고 난리다.
진심이 느껴졌기에 그냥 맞춰주었다.
유독 나는 나에 대한 평가에 인색해왔다.
그 흔한 자기소개서 하나 쓰는데도
회사형 인재라고 쓰면 왠지 거짓말 같았다.
그래서 '자소설'이라고 하나 보다.
남이 그린 작품이나 그림, 새로 산 물건, 새 옷.
단점보다는 어떻게든 칭찬하려 노력했다.
반면 나를 칭찬해주면 온 몸을 떨며
내게 있어 가장 촌스럽고 형편없는 문장을 들이댔다.
겸손은 절대 선이고
잘난 체는 남을 깎아내리는 우월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나를 보고 멋있다, 잘했다 하면
'고맙습니다' 한 마디면 되는데.
괜히 마음속 깊은 치부를 드러내면서 까지
낮출 필요는 없었는데.
그러한 행동들이 조금씩 내 자존감을 갉아먹는 줄 알았다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후회라는 불필요한 감정이 훅 들어왔다.
남 칭찬 잘하는 사람이 있다.
같이 있기만 해도 또 어떤 좋은 말을 해줄까 은근 기대된다.
가식이나 거짓이 아님을 알기에 자리는 즐겁다.
아직 나는 칭찬받는데 어색하다.
오히려 남을 칭찬하는 게 더 편하다.
한 번 이렇게 생각해본다.
우리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거울을 마주한다.
거울 속 내게 화도 내 보고 비아냥도 해본다.
그래 봤자 결국 나에게 하는 말들이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서며
그들의 눈동자에 비친 나를 바라본다.
좋은 말을 하면 나에게 하는 말이다.
남을 내 진심 어린 칭찬과 양치한 언어로 표현해준다.
결국 내게 하는 말이다.
남을 비추고 돋보이게 하는 일.
거울 속 내게 하는 일이다.
비록 못생기고 어리석도 우둔해 보여도
우리는 자신을 사랑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내가 사랑하는 일상의 모든 단편들은
마음속 거울로 빛을 반사해 만들어 낸다.
그대를 사랑한다.
곧 나를 사랑한다.
오늘도 그대를 돋보이게 하는 일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