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이해도가 떨어지는 각자의 환경
명절 때 시댁에서 하루만 자고와도 되나요? 라는 질문글은 어김없이 올 추석에도 올라왔다. 답변은 본인이 알아서 하세요. 입은 뒀다 뭐하나요. 정도의 댓글들이였지만 생각보다 많은 신혼부부들이 이 문제 때문에 곤란해 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결혼식을 올리기도 전에 명절 때 시댁에선 하루만 자고 우리집에서도 하루를 꼭 자고 와야하는 공평론에 대해 남편에게 장황하게 설명했었다. 상대적으로 수도권에 본가가 있던 나와는 달리 지방출신인 남편에게는 무자르듯이 정해놓는 것 자체가 의뭉스러웠을 것이다. 후에 꽤나 언짢았다는 말을 전해 들을수가 있었는데 신혼 1년차 때는 서로 상의해서 만들어 가면 되는 것. 뭐가 또 언짢을 것 까지.....? 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 문제가 우리 둘만의 합의 하에 끝낼 수 있었던 사안이 아니였다는 것이 느껴진다.
상대적으로 업무 난이도가 남편보다 낮다고 스스로 생각해왔던 차에 명절 KTX, SRT 예약은 나의 몫이였다. 그리고 시댁에 조금이라도 작은 시간을 체류하고 싶다면 프라임 타임의 기차표를 예매하는 것은 응당 내가 해야 할 일이였기에..! 나는 온라인 예매를 실패하면 서울역에서 줄이라도 서서 입석표를 사는 패기를 보였었다.
나는 명절 때 단 한번도 하루만 자고 온적이 없다. 주변 지인들은 그것은 상당한 너의 손해라고 이야기들 하는데 내 나름대로는 1년에 많아 봐야 5번 정도밖에 보지 못하는 시부모님에 대한 마지막 배려라 고집중이다. 결혼전에는 아무리 내 남편의 가족이라지만 하루 이상 그 분들과 시간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시댁에서 2일 이상을 자야한다면 우리집에서도 2일 이상 자야한다고 떵떵 거렸는데....!
왠걸.
막상 결혼하고 각자의 집에 인사를 드리러 가니까 우리집은 오래된 구옥주택으로 뜨거운 물이 나왔다가 안나왔다 한다. 심지어 자취한지 5년이 지난 후 집을 지어서 이사가는 바람에 내 방이 없어 남편과 취침하려면 거실에서 자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걸 생각 못한건 아닌데 막상 현실로 닥쳐오니 딱히 그런 수고스러움을 감수하면서 까지 남편을 내 친정집에 재우고 싶지는 않더라. 이게 결혼전에는 손해보기 싫은 마음이 너무나도 커서 너가 1의 이득을 취하면 나도 1의 이득을 취할테야! 라고 다짐하는데 현실에서의 나의 생각은 갈대처럼 상황에 따라 바뀔수도 있는 것이였다.
결론이다. 함께 생활하기도 전에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입밖으로 꺼내고 싶어도 일단은 자중하자. 미리 직면한 문제만 해결해도 3-4년이 지나면 서로에게 유리한 접점이 맞춰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