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엔 운이 따라줘야 한다. 하지만 과정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2016년 9월, 우리는 투룸 전세 1.4억으로 출발했다. 내 집 마련이라는 목표를 향한 더럽게 느린 기차를 올라탔지만 우리 부부는 속도가 느린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부부는 여태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탄탄한 회사가 우리의 자본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때 되면 아이도 찾아와 줄 것이라 안일하게 믿었었다.
본격적으로 집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남편의 주변 동기 부부 덕분이었다. 이 부부는 당시 서울의 전세가율이 80%가 넘어가는 시점에 1년간 갭 투자로 서울에 3채의 아파트를 마련했다. 우리는 갭 투자라는 단어도 생소했고 청약이 뭔지, 집을 사려면 얼마가 필요한지에 대한 계산도 없었다. 집을 뭘 저렇게 많이 사나, 전세 안 빠지면 어떻게 하려고 하나? 정도까지만 생각이 들었으나 이들 부부의 경험은 나도 한번 사봐....?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씨앗을 뿌리도록 도왔다.
지금이야 부동산 상승 성수기로 각종 유튜브와 베스트셀러에 갭 투자 강의가 검색만 하면 띠용 나오는 세상이지만 16년, 17년 당시 하락론자들의 기세 또한 뚠뚠! 했기 때문에 나 홀로 강을 건너는 것은 상상만으로 너무나 무서웠다. 이 모든 것은 학습되지 않음에서 비롯된다.
나도 한번 사봐?라는 생각은 계속 뿌리를 내려 지금의 임장 비슷한 것들을 2017년에 다니도록 만들었다. 일단 부동산을 가면 지금이야 다들 바빠서 그리 친절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비성수기 시즌에 방문하는 경우 대부분 말하고 설명하는 것이 주 업무인 분들이라 자동으로 브리핑이 시작된다.
사람이 집을 살 때 직주근접을 무시할 수 없다고 우리는 서울과 분당, 강동구, 다산신도시를 주로 임장 다녔었는데 17년 12월에 남편이 경기도권으로 이직을 하게 되면서 결국 남편의 직장이 있는 동탄2신도시에 첫 집을 마련하게 된다. 같은 가격으로 서울에서는 복도식 방 2개짜리 투룸구조의 아파트 밖에 살 수가 없었지만 경기도로 내려오니 방 3개의 새 아파트에서 거주가 가능했다.
곰팡이가 가득한 지긋지긋한 투룸 빌라를 벗어나 2억이 넘는 빚을 지는데 또 투룸 아파트라고?
이래서는 도무지 내 집에 대한 애착이 생기는 건 시간문제도 아닐 것 같았다.
결국 지금에서야 하는 말인데 내 집 마련은 쉽지만 기술적으로 구입하고, 내 집 마련에서 한 단계 더 뛰어나가 추가 소득을 만들어 내는 것은 진정으로 학습되어야만 가능하다. 그것이 서울에 등기를 쳤으면 벌었을 수 있었던 자금을 먼길을 돌고 돌아 이제야 13억을 만들게 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