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 어떤 집이 나와 닮았을까

방 스펙은 몰라도 감성은 풀강

by 새턴 Saturn

밴쿠버로 향하기로 정했기에 이제는 본격적인 준비들을 해야 했다. 어떤 집에 살 것인지 정해야 했다.


나는 자취를 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에게 어떤 집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대학교 1학년 때 기숙사에 살아본 경험밖에는 없었다. 그것마저도 온전히 혼자 살아봤다고는 말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4명이서 같이 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는 통학 시간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기숙사 건물에 독서실, 편의점, 헬스장 같은 시설도 다 구비되어 있었기에 그다지 불편한 지점도 없었다. 밴쿠버로 떠나면서야 비로소 내가 지내는 공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캐나다 워킹홀리데이에 관한 영상, 책, 문서들을 살펴보니 자신이 살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시하는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보라는 조언이 많았다. 그래서 집을 구할 때 나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적어 내려가 보기 시작했다.




1. 창밖을 내다보면 푸르른 자연이 보이는 집

2. 스카이트레인에 걸어서 10-15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집

3. 관리비를 포함하여 캐나다 달러 1000불을 넘지 않는 집

4. 거실을 룸셰어하지 않는 집

5. 같이 사는 분들이 웬만하면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는 집

6. 침대, 책상 같은 필수 가구가 다 구비되어 있는 집

7. 공용 용품이 가능하면 많은 집

8. 가능하면 화장실을 공유하지 않는 집

9. 세탁기, 건조기가 구비되어 있고 별도로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집




세세하게 따진다면 이것보다 더 많지만, 나에게 크게 중요한 건 위의 9가지 정도였던 것 같다. 자연이 중요한 나는 특히 1번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나는 다운타운 쪽을 벗어난 지역의 집을 위주로 찾아봤다. 그리고 버스가 지연이 많다고 들어서 배차간격도 짧고 지연도 없는 스카이트레인에 가까운 집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집을 구한다고는 했지만, 사실상 밴쿠버는 렌트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돈이 그다지 없는 워홀러인 내 입장에서는 룸렌트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비싼 렌트비로 인해 거실과 창고에 사는 사람도 있다고 들어서 처음에는 정말 충격을 받았었다.


보통 사람들이 밴쿠버에서 집을 구하는 방법은 3가지 정도가 있다.


1. Craigslist

2. kijiji

3. 우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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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위의 3곳이 아닌 '밴조선'이라는 곳에서 집을 구했다. 8번을 제외하고는 내 체크리스트에 다 부합하는 집이었고, 무엇보다 방의 컨디션이 좋고 가격이 저렴했기에 이곳으로 결정했다. 2주 정도 이 집에서 살고 있는 지금, 매우 만족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새소리를 들으며 깨고, 창밖을 내다보면 아름다운 경치가 눈앞에 있기에 참으로 행복하다.


그렇다. 나에게 방 크기보다 중요했던 건 창밖의 나무였다.




Photographed & Written by Sat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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