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떠나야 했던 그 길드, 머물고 싶었던 마음

유대감 가득했던 길드원들과의 작별

by 새턴 Saturn

2025년 4월 17일, 그날은 내 삶의 한 장이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었다. 첫 번째 퇴사라는 것이 이토록 복잡한 감정의 물결을 가져올 줄 몰랐다. 마음 한편에서는 해방감이 밀려왔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리움이 벌써부터 자리를 잡고 있었다. 슬픔과 아쉬움, 후련함과 그리움이 한데 엉켜 내 가슴속에서 조용한 폭풍을 일으켰다.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건만, 정작 그 순간이 오니 마음이 이렇게나 무거울 줄이야. 익숙했던 길을 마지막으로 걸으며,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눈물이 작별의 아픔인지,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움인지, 아니면 그동안의 모든 순간들에 대한 감사인지 알 수 없었다.


야근으로 뒤덮인 날들의 틈에서 문득 마주했던 쌍무지개 (2024.08.14)

첫 직장에서 만난 이들은 마치 운명처럼 내게 다가온 소중한 인연들이었다. 대표님들의 따뜻한 시선이 모아낸 사람들답게, 하나같이 마음이 고운 이들이었다. 퇴사를 결심한 후에도 6개월이나 더 머물렀던 이유가 바로 그들 때문이었다. 이곳을 떠날 수 없게 만드는 건 업무가 아니라 사람들이었다.


다른 곳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는 참 특별한 공간에 있었다. 업무가 끝나면 친구가 되고, 주말이면 자연스레 모여 시간을 나누는 그런 관계. 누군가 우리를 '동물의 숲 주민들' 같다고 했던 말이 지금도 선명하다. 정말 그랬다. 모두가 따스하고 순수했다. 날카로운 모서리 하나 없이 서로를 보듬어주는 마음들이었다.


그런 이들과의 이별을 앞두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마 어디를 가도 이런 사람들을 다시 만나기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그래서 마지막 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썼다. 열세 장의 편지에 담아낸 건 고마움과 아쉬움, 그리고 사랑이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있던 말들을 하나씩 꺼내어 정성스럽게 글자로 옮기는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결국 두 시간도 채 잠들지 못한 채 마지막 출근길에 올랐다. 하지만 그 피곤함마저 소중했다. 그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마음이 그만큼 깊었다는 증거였으니까.




첫 퇴사는 내게 참 두려운 일이었다. 대표님이 꿈에 나올 정도로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데 막상 맞이한 면담은, 내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것과는 달리 참 따뜻하고 순조롭게 흘러갔다. 대표님들은 내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해 주셨고, 나쁜 말 하나 없이 내 선택을 존중해 주셨다. 마지막으로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해 주시며 “자리는 언제든 비워둘 테니 돌아오고 싶으면 언제든 오라”고 말씀하셨다. 예의상의 인사였을지라도, 그 말은 내게 오래 남을 위로였다.


면담이 끝난 후, 대표님들이 주신 법인카드로 회사 분들과 마지막 식사 자리를 가졌다. 놀랍게도 거의 모든 분들이 함께해 주셨다. 조용히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진심은 결국 닿는구나’ 하고 느꼈다. 그 자리에서 받은 격려와 따뜻한 말들, 그리고 진심 어린 응원은 지금도 마음 한구석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그저 고맙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정말 고마운 순간이었다.


식사를 마친 후, 근처 카페에 들러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다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자리에서 메인 컴퓨터와 서브 컴퓨터를 조용히 하나씩 초기화하며 작별을 준비했다. 초기화를 마치고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해가며 손수 쓴 편지를 하나씩 건넸다. 받는 분들마다 환하게 웃으며 소중히 받아주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순간, ‘다음 퇴사 때도 꼭 써야겠다’는 다짐이 조용히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나의 첫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회사분들이 내게 주셨던 따뜻한 온기를 기록해두려고 한다. 무너질 것 같은 순간마다 이 기억들을 꺼내어 스스로를 다시 다잡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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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매일 아침을 함께했던 내 작은 책상.

안녕, 가슴에 차갑게 닿던 사원증.

안녕, 처음 손에 쥐었을 때의 떨림이 아직 남아있는 법인카드.

안녕,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준 첫 번째 회사.


이제는... 진짜로 안녕.




Photographed & Written by Sat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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