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 위에서

요가 지도자가 되는 길

by 사트야

요가 매트 위에 나 혼자 서 있는 것이 좋았다.

돌돌 말면 사라지는 공간


매트를 펼치면 나타나는


나에게 허락된

나만을 위한

매트 하나 위 독립된 공간.

작지도 크지도 않은 그 공간이 충분하게 느껴졌다.


사바아사나 자세로 완전한 이완을 경험하며 누웠을 때,

내 몸이 딱 알맞게 들어가는 자리.


*사바아사나는 요가 수련의 마지막에 누워서 휴식하는 자세다.

모든 근육의 긴장을 내려놓고, 호흡에 몸을 맡기는 완전한 이완의 순간이다.



처음 요가를 시작했을 때,

내 옆 매트에 서 있는 사람의 숨소리와 흔들림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 진동에 흔들리고, 멈추면 따라 숨을 멈추기도 했다.


요가 지도자 수업에서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요가 매트는 삶의 축소판이에요.

그 안에서 우리는 나를 대하고, 세상을 대하는 스스로의 태도를 자각하기도 하고,

연습할 수도 있어요."



'요가 지도자'


내가 만일 무사히 시험에 합격해 사람들 앞에 설 수 있다면,


나는 수련을 이끄는 안내자가 될 수 있을까?

나의 언어로 아사나를 행할 수 있도록 한 시간 수업을 이끌어갈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떨린다. 설렘과 두려움.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살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연습과 경험이 쌓일수록 자신감은 저절로 자라난다는 사실이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은 늘 그렇게 만들어졌다.



나는 어떤 마음으로 수업을 하고 싶을까?

내 수업에 오는 사람들에게 어떤 경험을 전할 수 있을까?


요가에서 수업을 시작하기 전,

마음을 가라앉히고 몸과 마음을 연결하며,

수업의 의도를 세우는 시간을 ‘센터링(centering)’이라 부른다.

수업의 주제를 정하고 풀어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다.


처음 요가 지도자 과정을 시작한 이유는,

나 자신을 위해서였다.


건강하고 싶었다.

내 몸을 위한 일이 곧 나를 위한 일임을 절실히 깨달았을 때였다.



요가 수련의 시간이 쌓이면서,

나는 타인과 나를 구분하던 경계가 서서히 옅어짐을 느꼈다.

옆의 매트가 아니라, 오롯이 내 매트 위의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주위를 살피는 나의 눈,

나를 바라보고 있는 타인의 시선들이 사라지고


판단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 속에,

매트 위에 중심에,

내가 서 있었다.


선생님의 소리에 맞추어,

들숨과 날숨의 흐름 속에서 몸이 움직였다.



수련의 시간

소중했다.


스스로를 위한 시간,

일상의 시간을 나누고, 어렵게 나를 위한 시간을 내었다.


단 1분, 10분, 혹은 1시간이라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 순간.


내가 누군가의 그러한 시간을 안내하는 소리와 기운이 되어야 한다면 나의 건강한 에너지가 닿아야 하는 일이었다.



몸이 불편한 내가 과연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을까?

혹시 해가 되지는 않을까?

나는 망설였다.


어느 저녁 수련,

처음 만난 선생님의 핸즈온


매트 바닥으로 지긋이 어깨를 눌러주실 때,

귀와 어깨가 멀어지고 부드럽게 풀리는 느낌.


핸즈온(Hands-on assist)은 요가 지도자가 손으로 수련자의 자세를 돕거나

이완을 이끌어주는 방식이다.

단순한 교정이 아니라, 따뜻한 에너지를 전하는 치유적 접촉이 되기도 한다.


처음 닿는 손길이었지만

정확하게 불편한 부위에 닿아 전해지는

손의 힘

따뜻하고 다정했다.


수업이 끝난 뒤 알게 되었다.


"저는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약을 먹다가,

요가를 시작하면서,

매일 아침 2시간씩 수련을 하고 있어요.

어느새 3년 반의 시간이 흘렀네요.

지금은 약을 먹지 않고 있어요."


수련에서 나의 불편한 부분이 어디인지 가만히 들여다보고

짚어주던 치유의 힘은


몸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선생님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나도 바랐다.

아픔 이전의 몸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이제 다 나았다”라는 말을 할 수 있기를.


아픔은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아픔을 몰랐던 때로,

갈 수 있을까.


그런데,


나의 매트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내 몸의 현재로 돌아와 숨을 불어넣으면서,

나는 배우고 있다


아픔은 지워지지 않아도,

경험이 되어 다시 나를 이끄는 배움이 된다는 것을.

회복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수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 배움이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위안이 되고,

앞이 깜깜한 순간 닿고 싶은 한 줄기 빛이 될 수도 있음을.



그래서 요가 지도자는 단순히 동작을 안내하는 사람이 아니다.

지도자의 언어는 숨 쉬듯 흐른다.

그 언어는 현재로 돌아오게 하고,

몸의 움직임과 호흡을 이어주며,

스스로를 알아차리게 한다.


동작은 명확하고 단단한 기반에서 출발해야 한다.

나를 위한 한 장의 요가 매트 위.

단단하고 안정된 뿌리 위.

그래야 호흡과 몸의 감각에 귀 기울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요가는 잘하는 것이 목적이 아님을 배운다.

따라서 제재나 지적보다는 긍정의 언어가 필요하다.


하나하나 이어지는 동작 속에서,

오늘의 도전 동작(피크 포즈)에 이르면

지도자의 에너지가 수련생의 힘을 끌어올려야 한다.

마지막 사바아사나에서는 다시 억양을 가라앉히고,

안정감 속에서 몸과 마음이 잠시 머물 수 있도록 안내한다.



나의 매트 위에서,

나는 흔들리지 않는 편안한 기반을 느낀다.


그것이 소중한 한 시간의 기억이다.

마음이 몸을 바라보고, 몸이 마음을 느끼며,

나는 나를 아껴주는 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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