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내게 오는 학생들에게 일상적인 질문을 한다. 주말은 잘 보냈니? 오늘 아침엔 무얼 했니? 학교에서 뭘했니? 오늘 한 것 중 가장 즐거운 일이 뭐니? 오늘 날씨는 어떠니? 아이들과 일상을 나누면서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간다. 며칠 전엔 한 아이에게 "오늘 날씨 너무 좋지?"라고 물었더니 아이가 "넘 좋은데 바람이 많이 불어요."라고 답을 했다. 그날 난 미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 인것을 모르고 있었다. 밖을 내다보니 나무가 바람에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음에도 난 그 바람을 보고 느끼지 못했다. 오늘도 달리고 차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내의 나무들이 세차게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아! 내가 차 안에 있으니 그렇게 세차게 부는 바람을 느끼지 못한 것이구나!' 순간 깨달았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세찬 바람과 소용돌이가 일고 있는 곳들이 있다. 우리는 우리가 느끼지 그것을 느끼지 못할만한 안전한 공간에 있을 때 그 바람과 소용돌이가 우리와 관련없다고 느낀다. 그 바람에 흔들리고 꺾이고 그 풍파를 오롯이 겪어내는 나무와 같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이 그저 남의 일일 뿐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그 바람은 우리 삶의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은 돌이킬 수 없는 역경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오는데도 우리는 당장 그 바람을 맞지 않으면 큰 탈이 없다는 착각을 하며 삶을 이어간다.
창문을 열듯 우리의 마음을 열고 눈을 뜨고 그 바람을 맞으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당장 편안하다고 큰 어려움을 줄 수 있는 그 바람을 외면하지 말아야겠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참여하는 내가, 그리고 우리가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