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10

관심

by FriendlyAnnie

삶은 잘도 흘러간다.

즐거운 날도 힘든 날도 모두 흘러간다.

예기치 못한 기쁜 일이 있는 날도 힘에 겨워 견디기 힘든 날도 그렇게 흘러간다.


나는 매일 내게 오는 학생들에게 일상적인 질문을 한다. 주말은 잘 보냈니? 오늘 아침엔 무얼 했니? 학교에서 뭘했니? 오늘 한 것 중 가장 즐거운 일이 뭐니? 오늘 날씨는 어떠니? 아이들과 일상을 나누면서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간다. 며칠 전엔 한 아이에게 "오늘 날씨 너무 좋지?"라고 물었더니 아이가 "넘 좋은데 바람이 많이 불어요."라고 답을 했다. 그날 난 미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 인것을 모르고 있었다. 밖을 내다보니 나무가 바람에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음에도 난 그 바람을 보고 느끼지 못했다. 오늘도 달리고 차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내의 나무들이 세차게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아! 내가 차 안에 있으니 그렇게 세차게 부는 바람을 느끼지 못한 것이구나!' 순간 깨달았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세찬 바람과 소용돌이가 일고 있는 곳들이 있다. 우리는 우리가 느끼지 그것을 느끼지 못할만한 안전한 공간에 있을 때 그 바람과 소용돌이가 우리와 관련없다고 느낀다. 그 바람에 흔들리고 꺾이고 그 풍파를 오롯이 겪어내는 나무와 같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이 그저 남의 일일 뿐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그 바람은 우리 삶의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은 돌이킬 수 없는 역경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오는데도 우리는 당장 그 바람을 맞지 않으면 큰 탈이 없다는 착각을 하며 삶을 이어간다.


창문을 열듯 우리의 마음을 열고 눈을 뜨고 그 바람을 맞으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당장 편안하다고 큰 어려움을 줄 수 있는 그 바람을 외면하지 말아야겠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참여하는 내가, 그리고 우리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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