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조급함을 버리고
나는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며 늘 아이들만의 속도로 꾸준히 갈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자신의 속도로 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부모는 많지 않다. 그것은 불안과 조급함 때문이다. 무한 경쟁이 일상화된 우리의 사회적 환경 속에서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자신의 성장에 집중하기 전에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불안하고 좌절하고 마음이 병들기도 한다.
2025년 현재, 대한민국은 달리기 열풍 속에 있다. 연령대 구분 없이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에 빠져있다. 마라톤에서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서 선수들처럼 특별한 훈련을 받기도 한다. 6년 전 내가 달리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산책로를 달리는 사람들을 보기 힘들었지만 요즘은 산책로에도 공원에도 트랙에도 달리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이 열풍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꾸준히 달리는 사람이 많다는 건 좋은 현상이다. 달리기는 우리의 몸과 정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게 사실이니까.
오늘은 부신 종양 수술 후 첫 하프 마라톤에 참가했다. 회복이 빠르게 되어가고 있긴 하지만 아직 위장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은 탓에 아주 힘들게 완주했다. 완주하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하고 달렸는데 올해는 전체적으로 달리는 사람들의 실력이 좋아져서 완주에 의미를 둔 나 자신이 조금은 뒤처진듯한 느낌을 받았다.
평소에 그렇게 아이들만의 속도로 비교하지말고 꾸준히 나아갈것을 강조하는 나인데, 나도 모르게 남과 비교하여 의기소침해지는 나자신을 발견하고 조금은 놀랐다. 나도 모르게 순간순간 타인과 나를 비교하여 판단하고 있다니.
그런 나 자신을 발견한 순간 생각을 빨리 고쳐본다. 오늘 비록 기록이 좋지 않았지만 수술 후 아직 회복 기간인데도 완주를 한 나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수술 후인데도 불구하고 6년 전의 나보다 잘 달렸다. 이렇게 느리지만 아주 조금씩 건강해지고 있는 내가 좋다. 그리고 느리지만 나는 70살까지 달릴거니까 불안해 하지도 조급해 하지도 말고 천천히 한 걸음씩만 나아가도록 하자. 오늘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으니 올 한 해 또 즐겁게 달려보자. 느리지만 결국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나자신을 믿으며 일도 달리기도 가족과의 관계도 잘 꾸려나가는 한 해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