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런 대회를 완주하다
부신 종양 제거수술을 한 지 어느새 5개월이 되었다. 수술 후 한 달 후부터 서서히 달리기 시작했다. 조급해 하지 않기로 스스로 다짐을 했지만 빨리 정상적인 상태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그런 조급한 마음을 스스로 달래면서 지쳐서 포기만 하지 말자고 나 자신에게 되뇌였다.
수술 후, 위장의 기능이 떨어져 늘 속이 불편하고 달리면 배가 아프기도 했다. 숨이 많이 차서 속도를 내서 달리기가 어려웠다. 그 상태로 3월에 하프 마라톤과 동아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했다. 내 상태가 괜찮다는 것을 빨리 확인하고 싶었던것 같다.
동아 마라톤에서는 10키로 지점부터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20키로, 30키로, 35키로 지점까지 간신히 가고 보니 남은 거리를 포기하기엔 35키로까지 달려온 나의 노력이 너무나 아까웠다. 5시간 4분만에 간신히 완주했다. 느리지만 끝까지 해낸 나를 칭찬해 주기로 했다.
동아마라톤 이후, 나는 4월 26일에 열리는 코리아 50k 22k 부문 대비를 시작했다.
트레일 러닝을 해보고 싶어 작년에 WTR 원주치악산 28k와 트랜스 제주 20k 신청을 해두었는데 건강상태가 점점 안좋아 졌었다. 그런데도 미련하게 치악산에 갔다가 보기좋게 컷오프를 당했었다.
아프니까 더욱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어떤 상태든 잘 챙겨먹으면서 몸의 한계점을 극복하는 운동을 지속하면 몸의 회복이 더 빨라질 거라는 나의 믿음은 내가 운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왔다. 수술 직전까지 잘 챙겨먹고 운동도 열심히 했다. JTBC 풀마까지 뛰고 나는 수술 준비를 했다.
수술이 끝나고 한 달 만에 운동을 시작한 후 점차적으로 강도를 높여왔다. 3월 하프와 풀마라톤 준비를 하면서 호흡과 심박수도 조금씩 안정이 되었고, 떨어졌던 VO2 Max도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아마라톤 이후 평일엔 최소 3일을 평지에서 달리고, 4주간 매주 일요일에 광교산에서 트레일런 훈련을 했다.
드디어 어제 4월 26일 토요일.
코리아 50k의 22k 부문에 참가했다.
치악산의 고도가 높긴 했지만 21키로를 7시간 만에 달리고 컷오프를 당했던 절망적이었던 내가 올해 만만치 않은 난이도의 코리아 50k 22k 코스를 몇 시간에 완주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늘 후미에서 컷오프를 면하기 위해서 달렸던 내가 오늘은 중반부 참가자들 사이에서 뒤처지지 않고 끝까지 달려냈다.
결과적으로 수술 후 나의 체력이 얼마나 괜찮아졌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좀 더 건강하게 운동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리고 꾸준히 점진적으로 강도를 높이며 운동을 하면 몸의 상태가 조금씩 좋아진다는 경험치가 생기기도 했다.
수술로 혈압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늘 여기저기가 아프기도 하다. 누군가는 나이 50이 넘으면 안 아프기가 힘드니 아픈 몸을 달래가며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나도 그 말에 공감이 간다. 그렇다. 아프니까 달린다. 아픈 몸이 좀 더 잘 견디도록 꾸준히 운동을 하고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아낌없이 나를 쏟아부으면서 남은 날들을 살다 가길 원한다.
내가 달리지 않았더라면
내 삶은 더욱 고된 나날들이었을 것이다.
달리기가 나의 아픈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고 내 삶을 충만하게 해준다. 이젠 달려야 사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런 달리기가 너무나 좋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