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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vannah Apr 27. 2020

조금 한심해져도 괜찮아요

자기 계발을 독려하는 매체는 참 많다. 책은 물론이거니와 유튜브에서도 ‘4시 30분에 일어나면 생기는 변화’, ‘서울대 의대생의 공부법’ 등의 영상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 영상을 보다 보면 일명 현타가 찾아온다.


나는 오늘도 11시에 일어났는데.. 하루 종일 핸드폰만 봤는데..

그러고 나면 아주 큰 결심을 하게 되는데, ‘나도 오늘부터 4시 30분에 일어나야겠다’ 거나, 유튜브 어플을 삭제하고 공부에 매진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나는  나,

역시 선조들의 지혜란.. 작심삼일이라는 말은 나를 위해 만들어진 말 같다. 크롬으로 유튜브에 접속해서 뒹굴 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있노라면 일전에 왔던 현타는 현타도 아니었다. 그렇게 열심히 사는 이들과 나를 비교하니 나 자신이 참 한심하게 느껴지고 초라해진다.



한 번은 크게 무력감이 찾아왔다. 그런데 막상 그 우울감에서 날 꺼내 준 건 넷플릭스였다. 난 평소에 넷플릭스를 잘 보지 않는다.

왜? 시간 아까워서.

나도 모르게 퇴근하면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주로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썼다. 그러고 나면 스스로 위안을 얻는다. ' 지금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고 있어. 잘하고 있어.’라고.



그러나 회사의 부속품처럼 살아가는 느낌,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취미들.. 그렇게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톱니바퀴처럼 굴러야만 한다는 것이 나를 힘들게 했다.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넷플릭스를 봤다. 하이틴 영화만 네 편은 본 것 같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을까, 거짓말처럼 무력감이 사라졌다.



내가 한심하다고 생각하던 많은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돈벌이가 되고 누군가의 마음을 치유해준다. 설령 그것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일지라도, 그것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해질지라도, '조금 한심해지면 어때라고 내려놓고 나니 나를 더 사랑할 수 있었다. 전에는 그런 것들을 하면서도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조바심에 마음이 불편했다. 그러나 이제는 온전히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자기 계발? 안 해도 된다.

좀 안 하면 어떠한가. 자기 계발 같은 거 안 해도 나는 나고 나는 그런 나를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또 모른다. 누군가와 카톡으로 수다 떠는 시간이 그와의 유대를 더 돈독하게 할지도. 넷플릭스 시즌1 몰아보기가 영어 듣기에 도움이 될지도. 인스타그램을 하다가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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