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어차피 디자이너가 하는 거 잖아요?"
때는 3년전, 내가 브랜드 매니저로 근무할 때 이야기다.
한 친구에게서 들었던 말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뭐, 어차피 디자이너가 하는 거 잖아요?
이 말을 듣고 난 분노했다.
무슨 일이 있었냐, 내가 쓱- 훑어본 이벤트 페이지 기획서에 오탈자가 여러개가 있는 것을 발견했고, 해당 부분에 대해 고치라고 말을 얹어줬다.
그런데 디자인으로 넘어온 이벤트 페이지 이미지에 오탈자가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닌가.
다른 스케줄이 빽빽이 쌓여져있는 디자이너에게 또 다시 오탈자 수정 요청을 보내 다시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들의 스케줄에 딜레이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요? 사람이 어떻게 완벽해,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요?
오케이, 다른 말로 해보자.
만약 오늘 이벤트 페이지를 준비해야 되는 상황에서,
너무나 바쁜 디자이너가 퇴근시간에 간신히 맞추어 주었다면?
살인적인 스케줄에도 어찌저찌 끝내 칼퇴에 감격하며 어깨에 맨 가방을
우리가 내려놓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뭐, 오탈자 고치는것 쯤이야.'
'고대로 텍스트 복사해서 붙여넣는건데 너무 오바해서 말하는거 아니에요?' 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쉽다한들 그들의 시간을 낭비하게 했다는 측면에서는 기획자 스스로 엄격하게 질책 되어야한다.
디자이너가 괜찮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기획자는 이정도야 괜찮지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획자에게 다른 팀의 팀원들의 시간을 낭비하게 할 권리나 자격은 없다.
그들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몰라도.
디자이너는 나뉘어진 페이지마다 확인을 하며 오탈자가 있는 페이지에 텍스트 갈이를 한다. 만약 오탈자를 고치며 약간의 장 길이가 무너지며 레이아웃이 묘하게 깨지는 느낌이 든다면, 다시 수정해야된다. 포토샵이 열리는데 얼마나 오래걸리는지 아는가? 저장을 할때는? 다른 작업을 하는 도중이었다면, 전환 비용은? 만약 회사 컴퓨터가 오래돼서 느리거나 작동이 잘 안된다면? 여기에 더 최악으로 마음이 급하다고 수정사항을 한번에 정리하지 않고 하나씩 준다면?
우리가 1분이면 되겠지 한 일이 사실은 10분이, 어쩌면 1시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 디자이너가 아닌 이상 얼마의 리소스를 낭비하게 될지 절대 판단 할 수 없다.
즉, 기획측의 잘못에 의해 아이디어를 실현 시켜주는 귀한 디자이너는 불필요한 작업과 시간낭비를 해야하며, 이 낭비의 크기는 기획자가 감히 괜찮다고 판단 할 수 없다는 말이다.
비슷한 실수가 반복 되었던 상태였기 때문에, 결국 이에 대해 말을 했어야 했다.
그래서 들은 대답이 "뭐, 어차피 디자이너가 하는 거 잖아요?"
나는 입이 저절로 벌리며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우리는 하나의 산출물을 내는 한 팀이다.
기획도 산출물 기준으로 하나의 조각일 뿐이며, 디자인 또한 산출물을 구성하는 하나의 조각이다.
나만 아니면 돼 마인드는 산출물을 내기 위한 팀워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의 목표는 언제나 경쟁에서 이길 또는 유저를 사로잡을, 좋은 결과를 가져 올 산출물이다.
그외 비슷한 여러 일이 있었고, 결국 나는 이 팀원은 중요한 프로젝트에서는 배제 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