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유기성과 상호 영향력
어떤 사람과는 '앞으로도 계속 만날 것 같다'라는 느낌이 들고, 어떤 사람과는 '이번 만남이 마지막이겠다'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SNS나 친구들 사이에서 봤을 때는 나와 잘 맞을 것 같았는데, 실제로 만나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는 성격의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현재 나와 편안하게 잘 맞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이다.
사람은 선택과 경험에 따라 조금씩, 때로는 완전히 변하기도 한다.
나 또한 계속 변하고 있고,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서로 변화하다가 어느 순간 잘 맞아떨어지는 시기가 오면 자주만나는 친구가 된다.
몇 년 전에는 A라는 친구와 자주 만났지만, 지금은 C라는 친구와 주로 만나는 것처럼.
내가 잘 맞는다고 느끼는 기준은 서로 좋은 영향력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 여부다.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다'라고 느끼는 것 말이다. 만남 그 자체로서 감정이 환기가 되고 긍정적인 기운을 주고받는가는 중요하다. 나 같은 경우는 하기 3가지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개그 코드가 잘 맞으면 우리의 세계가 생긴다.
아무도 이해 못 하는 농담을 주고받아도, 우리의 세계에서 함께 웃는 것. 생각보다 흔치 않다.
예를 들어, 나는 애정이 있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장난을 좋아한다.(?)
상대방이 당황하거나 짜증 내는 모습을 보는 게 재미있어서다.
같이 사진 찍는 척하면서 동성인 친구볼에 뽀뽀를 한다던지 그런 장난을 치는데, 그러면 바로 친구가 째려보면서 '아~!!!!' 성질을 낸다. (너무 재밌다. 지금도 그때 상황 생각하면서 웃고있다)
반대로 내 친구는 사람들 많은 길을 걷는 도중 '와, 연예인아님? 왜이렇게 예뻐?!'라고 크게 소리쳐 사람들이 쳐다보게 만든 적이 있다. 당시 나는 부끄럽고 창피해서 미칠것 같았지만 친구들은 나의 모습을 보며 굉장히 행복해했다. 이렇게 서로의 장난을 받아줄 수 있는 친구는 정말 소중하다.
반면, 내가 장난을 치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나도 말을 조심하게 되고, 결국 대화를 줄이게 된다.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나 또한 선을 넘는 장난이나 개그는 불편하다.
그래서 선이 맞는 사람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또 다른 기준은 함께 시간을 보낸 후 피곤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서로의 텐션이 맞아야 한다. 만난 후 집에 돌아갈 때 '하... 피곤하다'가 아니라, '와, 정말 재밌었다!'라는 기분이 들어야 한다.
나의 경우, 피곤함을 느끼는 유형은 두 가지다.
첫째, 말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다.
둘째, 계획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상대방의 상태에 대한 배려보단 본인의 욕구가 먼저라는 점이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그 관계는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한번은 이런 적이 있다.
엄청 더운날 오전 내내 거리를 신나게 돌아다녔다.
2시쯤 밥을 먹으려 가려던 곳을 가니 문을 열지 않았었다.
여기서부터 나의 시련이 시작되는데...
그 친구 마음에 드는 식당을 찾을 때까지 우리는 거리를 배회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타임이라 연데도 잘 없고,
가도 줄 서니 그냥 보이는 곳에서 일단 간단하게 라도 먹자'고
말했지만 참 완고하게 거절하더라 . . .
결국, 우리는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첫 끼를 먹었다.
그때 만났던 기억이 너무 피곤하게 남아있어서 몇년동안 보지 않았다.
나와 관심 분야나 잘하고 싶은 분야가 비슷한 사람과의 대화는 마치 정보 공유와 같은 느낌을 준다. 어렸을 때 공부할 때를 떠올려보면, 친구와 함께 배우고 서로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며 학습 속도가 빨라졌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과의 대화에서 느끼는 즐거움의 본질이다.
내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나 잘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이야기할 때, 상대방이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이나 지식을 공유해 주면 시야는 한층 더 넓어진다. 이러한 대화는 단순히 즐거움을 넘어 서로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된다.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며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삶에서 추구하는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한다.
결국, 사람마다 맞는 결이 다르다.
나는 위의 세가지의 기준을 따랐지만, 분명 다른 기준들이 각기 있을 것이다.
이는 성격 자체에 좋고 나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맞는지 아닌지의 문제다.
중요한 건 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나 또한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더 많은 좋은 관계를 만들어준다고 믿는다.
* 물론 자기 객관화로 상황과 상대방에 대해 깨달으며 개선해야 되는 영역도 있기는 하지만,
내가 정말로 사람들이랑 웬만큼 잘 지내 왔고 치명적인 단점이 없는걸로 판단이 되는데,
내 성격을 유난히 거슬려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그 사람은 쿨하게 보내주자.
연이라면 미래에 이어지지 않겠나, 꼭 지금은 아니더라도.
따라서 누군가 나의 성격을 바꾸려 하거나,
내가 바뀌어야 한다고 느낄 때는 한 걸음 물러나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