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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리 Aug 26. 2020

늘 궁금한 당신에게 / 박브이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반대의 경우는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좋아한다는 것은 궁금하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을 좋아한다는 고백의 말에는 당신이 나와 얼마나 같고 어떻게 다른지 더 알고 싶다는 궁금증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당신과 얼마나 닮아질 수 있고 어떤 다름을 나눌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함께 겪게 될 처음의 순간, 공유하게 될 시선, 나누게 될 대화들을 당신도 궁금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서로의 궁금함을 서로가 알게 되었을 때 무언가가 시작될 것입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서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은 서로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늘어 간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히 무엇이 다른지를 알게 되는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그보다는 내가 당신이 아니고, 당신이 내가 아니기 때문에 생기는 외로움에 가깝습니다. 나와 당신 사이에 원래부터 놓여 있었던 거리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좁힐 수 없는 간격이 있다는 사실이 서로를 견딜 수 없게 하는 아픔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게 알아버린 아픔이 아직 풀지 못한 궁금증들을 조금씩 좀먹기도 할 테지요. 당신을 전부 알게 되어서라기 보다는 그러기엔 너무 아파서 이별을 생각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 마법처럼 등장하는 타이밍입니다. 아무리 아프더라도 서로를 알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스스로의 모습을 잃어버리면서까지 억지를 쓰면서 우리라는 관계를 지키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함께 겪은 처음의 순간, 공유해온 시선, 나누었던 대화들이 아깝다는 이유도 조금 슬플 것 같습니다. 그저 우리에게 놓인 거리가 가깝다고 안도하거나 멀다고 체념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각자가 마주한 모든 흔들림 끝에 스스로가 진원이 되어 그 울림이 서로에게 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울림으로 하여금 내가 당신이 아니고, 당신이 내가 아니기에 서로일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가 되기 위함이 아닌 둘로써 있을 수 있는 것이 사랑임을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우선 나를 뚜렷하게 만드는 작업일 것입니다. 흐릿한 내가 남과 온전한 둘이 될 수 없습니다. 당신이 궁금해하는 나의 궤적이 딱딱한 고집이 아니라 부드러운 개성의 모습으로,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유일의 형태를 향하고 있기를 바랍니다. 당신 역시 그럴 것임을 압니다. 그렇기에 비로소 내가 당신을 알아볼 수 있게 되었을 때, 당신도 나를 알아볼 것입니다. 어쩌면 당신과의 연애는 이미 시작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금도 늘 당신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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