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내가 더 좋은 남자가 되고 싶게 해요 / 박홀든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by 글리

훌쩍 여름이 와버렸네요. 끈적한 습기를 저녁 바람이 날리면 실려 오던 그 사람의 체취, 얇아진 옷차림 속 실루엣, 닿을 듯 말 듯한 어깨, 미처 못한 말이 있는데 벌써 가까워져 버린 그 사람의 집. 이대로는 보내기 싫다고 우물쭈물하는 사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자던 그 사람의 미소. 곁으로 차들이 지나가고, 주황빛 가로등은 춤을 춥니다…. 어쩌면 바로 이맘때가 가장 설레기 좋은 때인 것 같아요. 다들 좋은 사람들, 좋은 사람이었던 이들을 떠 올리고 있나요? 잔뜩 마음이 간질거리는 5월 3일 일요일 오후, 저는 박홀든입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입 밖에 내는 게 멋쩍어지지 않는 선에서는 꽤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제법 여러 사람이 지나갔고, 또 다들 꽤 좋은 사람이었어요. 아마 문제가 있었다면 저한테 있었겠죠? 저희 어머니가 그러셨거든요. 제 굵직한 연애사업들이 실패할 때마다 ‘널 그렇게까지나 만나준 걸 보니 참 좋은 사람이다, 지금이라도 길에서 만나면 밥 한 끼 먹이고 싶다’라고요. 음…. 뭐 엄마들은 다- 아는 법이니까 이번에도 어머니 말씀이 맞았겠죠. 제가 과연 그 친구들에게도 좋은 사람이었을까? 글쎄요, 여전히 알 수가 없네요.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강박성 인격장애를 앓는 멜빈이 자신이 사랑하는 웨이트리스 캐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은 내가 더 좋은 남자가 되고 싶게 만들어요.’ 멜빈의 무례함에 화가 잔뜩 나 있던 캐롤은 이내 이렇게 답하죠. ‘내가 들어본 말 중 최고의 칭찬이에요.’ 자신의 결점을 고치고 싶게 만드는 사람, 어제보다 오늘,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사람. 여러분은 그런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나요?


사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게 참 그래요, ‘날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며 생채기를 내기도 하고, 또 ‘내가 원래 이런 걸 어떡해’하며 사소한 결점 정도는 감추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을 때가 있죠. 누구나 스스로는 알고 있는 단점이 있잖아요? 회사 동료나 친구들에게는 잘 숨기면서 가까운 사람에게는 자꾸 이해를 바라게 되는. 멜빈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 오랜 병을 고치려는 용기까지 내는데, 우리는 너무 쉽게 ‘내 단점까지 사랑해 줄 사람’만을 기다리는 건 아닐까요? 물론 저 역시 누군가에겐 그런 사람으로 남았을 지도요. 돌아보면 제게 필요했던 게 ‘바로 그 사람’이었던 건지, 아니면 ‘그냥 애인’이었던 건지 음... 생각을 조금 해봐야겠어요.


어쩌면 말이죠.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을 내게 꼭 맞는 좋은 사람을 찾느라 허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현실 속에서, 영화 속에서, 그리고 드라마 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 그 멋진 사람이요, 편안한 옷처럼 꼭 맞는. 아니면 우린 좋은 사람을 알아보기도 전에 너무 많은 걸 재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뭐, 그런 게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저도 그러니까요. 사람이니까 상상을 하고, 오래도록 함께하고프니까 이것, 저것 따져보게 되는 거죠. 그런데 말이죠. 그렇게 모든 걸 다아 갖추고 있다면 세상 누가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모두가 사랑에 빠질 만큼 좋은 사람이란 건 글쎄요, 어쩌면 환상이 아닐까요? 누구나 단점이 있어요, 우리에게도 아마 바로 그 사람에게도요. 그러면 우리 누구에게나 완벽한 사람 말고, 나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하는 특별한 한 사람을 기다려보는 건 어때요?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만큼 더 많은 행복한 시간이 함께 올 지 몰라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생긴다면 꼭 다가가 보세요. 그 사람도 여러분에게만큼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을 거예요. 첫 곡입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 중 조이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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