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다반사
날도 좋고 마냥 집에만 있기는 아쉬워서 엄마와 있겠다는 딸 아이는 두고 아들과 목적지도 없이 덜렁 밖으로 나선다.
아이스크림 하나씩 들고 걸으면서 산책하다보니 어느새 집에서 거리가 좀 있는 캐릭터샵과 팬시점까지 와버렸다.
"아빠. 저 구경해도 되요?"
아들에게 당했나 싶으면서도 얼마든지 천천히 보라고 하고 나도 한바퀴 돌면서 간만에 구경이나 해본다.
요샌 참 신기한거 많이 파는구나 하며 한 바퀴 쯤 돌았을까.
아들은 뭘 하나 찾아나서는데, 장난감 겸 진짜로 촬영이 되는 작은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며 찰칵찰칵 사진을 찍고 있다.
꼭 한번씩 찍고, 사진을 보며 오! 를 외친다.
카메라.
소싯적엔 나도 참 열심히 사진을 찍고 다녔다.
군 복무시절 사진병과 가까이 지내다보니 자연스레 많이 듣고 보고 배우게 되었던 걸 인연으로
제대 후 조금씩 모은돈으로 그 당시 니콘 D80이라는 입문용 카메라를 샀다.
사실 정말 사고 싶었던 브랜드는 굉장히 독특한 색감을 보유한 포비온 센서가 장착된 시그마라는 브랜드의 모델이었지만 초심자가 다루기는 어려울 것 같아 대중적인 브랜드를 택했었다.
그렇게 시간이 날 때마다 전국을 돌다시피 하며 사진을 찍었다.
서울의 골목길, 부산의 바닷가, 온갖 산들, 철길이며 만이며 온갖 곳은 다 돌아다녔었다.
새벽엔 한강변에서, 저녁엔 골목길 가로등에서.
좋은 풍경을 담고 싶어서 멀리 떠나기도 했고 좋은 때를 담고 싶어서 마냥 기다린 적도 있다.
지는 노을에 육교 아래를 지나가는 자전거 탄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찍겠다고 누구와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한 장소를 몇 번이고 찾아간 적도 있다.
그렇게 열심히 찍던 사진이지만,
취미란 것이 다 그렇듯 삶의 영역에서 엄연히 "부"를 담당하고 있다 보니 "주"의 영역이 점점 커지게 되면서 자연스레 손에서 놓게 되었다.
바쁘게 직장생활을 하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또 귀염둥이를 두 명이나 데리고 살다보니 DSLR을 매뉴얼 모드로 돌려댈 여력은 커녕 핸드폰 카메라로 지치지 않는 피사체들의 전속 사진사로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차다.
마지막으로 셔터다운 셔터를 눌러본 게 언제더라. 셔터박스의 소리는 또 얼마나 경쾌했던지.
"아빠 저 이거 사도 되요?"
아들이 추억속에 빠져있던 나를 끄집어낸다.
"좋아, 하나 사자. 아빠 많이 찍어줄거지?"
"아빠 아주 많이 많이 찍어줄꺼예요!"
사준다니 신나서 침도 안바르고 거짓말을 한다.
신나서 빵끗빵끗 웃는게 귀여워 핸드폰으로 얼른 사진하나 찍어 전속사진사 임무를 수행한다.
그래, 카메라는 아빠의 추억 회상값이라고 치자. 아빠가 사진 찍는법도 알려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