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육아다반사

by Save Point

"뭐라고?"


나의 물음에 귀찮다는 듯 딸이 대답한다.


"아빠 몇 번을 말해요. 김하윤이랑 결혼할 거라니까요."


제법 신경질 적이기까지 하다.


그래. 니 인생이고 자주적으로 살아야지. 니가 원하면 결혼도 하는게 맞지.


근데 넌 5살이라니까?


"어...언제?"


당황하면 생각이 제대로 입에 닿지 못하는 법이다. 나는 어버버거리며 말을 더듬었다.


반면 딸은 새초롬하게 눈을 뜨며 말한다.


"조금만 더 크면요."


"하윤이랑도 얘기 된거니?"


"네. 하윤이가 제가 좋다고 했어요!"


옆에 무릎에 얼굴을 박고 큭큭대던 와이프를 보고 물었다.


"여보, 곧 사위 보겠어."


와이프 어깨가 들썩 들썩 한다.


"하윤이가 왜 좋아?"


"하윤이가 제가 좋다고 해서 저도 좋아요."


그래, 그렇게 단순한 공식으로 사랑이 풀리면 참 좋겠다.


"하윤이가 얼만큼 좋은데?"


"무한대!"


저 무한대라는 기준은 가족에게만 허락된 수치이다. 게다가 서열 4위인 나는 조금만 밉보이면 1로 떨어지기 일쑤다. (아빠 미워! 이제부터 1만큼만 좋아!)


그런데 벌써 무한대라니.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사위에게 질투가 인다.


"하윤이랑 결혼하면 이제 엄마, 아빠, 오빠랑 같이 못 사는데 그래도 좋아?"


딸은 잠시 갸웃하더니 대답한다.


"그 때는 어른이니까 괜찮아요."


흔히 미디어에서만 보던 딸의 폭탄선언 앞에서 아빠들이 느끼는 그 좌절감이 어떤 것인지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여보. 출가한다니까 짐 미리 싸주고, 금요일 어린이집 하원은 내가 할께. 사위 얼굴 좀 봐야겠어."


와이프는 결국 파하하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제법 비장하다. 금요일이 참 멀게 느껴진다.









아이의 이름은 프라이버시를 위해 살짝 변경했습니다.


못난 아빠는 기어코 금요일에 하원을 하러 갔고, 씩씩하고 밝고 의젓한 사위를 보고 확약서라도 받아놔야 하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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