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다반사
오늘 아침은 네모빵(식빵)에 잼을 발라 드셔야겠다는 5살 따님을 모시고 산책 겸 식빵을 사러 나선다.
재잘재잘.
아침부터 뭐가 그리 즐거우신지 돌맹이 하나, 들꽃 하나에도 전부 말을 걸며 가신다.
그렇게 효율성은 저 멀리 던저둔 채 최장 경로를 따라 간신히 빵집에 도착해 식빵을 한 봉지 사서 다시 돌아오는 길.
슬슬 아파오던 배에 가스가 차는 것을 느낀다. 아마 어제 와이프와 즐겁게 먹었던 야식 때문인듯 하다.
내공을 실은 미세한 조정으로 소음없이 내보내 보려는데,
뽀오옹.
아아- 나의 괄약근은 불수의근임에 틀림 없다.
산책로 앞, 뒤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들었을까. 머쓱함에 고개를 한번 돌려보지만 누가 또 쏘아볼 정도의 일은 아니니 짐짓 서로 모른체를 하며 걷는다.
"으음? 무슨소리지이?"
아뿔싸.
걸음을 멈춘 딸이 허리를 옆으로 젖히고 아빠 엉덩이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아빠! 뽀옹 했어요?"
사자가 가젤을 사냥할 때, 그 사냥에 악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가젤이 더 고통스럽길 바란다거나 일부러 괴롭히려는 마음도 없다.
오로지 본능에 충실한 행동일 뿐.
이 냉혹한 사냥꾼도 나의 부끄러움을 즐기며 놀리려고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순수하게 반응하는 것일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아빠가 뽀오오옹 했어요오!"
그런데 굳이 팔까지 저렇게 활짝 벌리며 말할 필요가 있을까.
긍정도 부정도 아닌 묘한 추임새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지만 이 사냥꾼은 사냥을 멈출 생각이 없다.
"우리 아빠가 방구를 뽀오오옹 했어요!"
앞에 산책하고 있는 가족의 뒷모습에 웃음 보인다. 이쯤되면 내려놓는 것이 맞겠지.
"하하하하! 그렇네! 아빠가 뽀옹 했다. 그치?"
뭐가 좋은지 아이는 또 신나게 웃으며 몇번이고 이야기하고 되묻는다.
그렇게 멀리 돌아갔던 길을 또 다시 멀리 돌아오며,
차라리 방귀 안뀌는 길가의 들꽃이 되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집에 도착했다.
문 여는 소리를 듣고 아들과 와이프가 마중 나온다.
와이프가 식빵을 받으며 얼굴을 유심히 살핀다.
"오래걸렸네? 무슨 일 있었어? 지쳐보이네"
그새 야윈 걸까.
나는 나의 반려이자 냉혹한 사냥꾼의 창조주를 지긋이 쳐다본다.
들어볼래. 아주 슬픈 이야기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