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이 아닌 태도가 남는다.

by 에스텔라
가볍게 시작되었던 상담이었다.
부부는 같은 페이지를 몇 번이고 다시 넘겼고
테이블에 앉아 디테일을 하나씩 맞춰 나갔다.

가구를 선택하는 순간, 그들의 삶이 드러난다.
대화방식과 매너,
그리고 서로를 대하는 태도에서.
그날은 배려의 깊이가 차원이 다른 부부를 만났다.


기다릴 줄 아는 여유, 그리고 세련미


상담을 하다 보니 부부의 초점이 예산보다

'와이프의 선택'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지금 디자인도 괜찮은데, 자기 마음에 드는 걸로 해"

남편의 배려와 세심함은 매장을 따스한 온기로 채워주었다.

그렇게 상담은 어느덧 결정의 최종 단계로 넘어가고 있었다.


뜻밖의 전화


고객의 납품 일정이 나올 때 즈음, 전화를 받았다.

직감적으로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급작스럽게 미국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취소 가능할까요?"


하이엔드 브랜드는 선택의 옵션이 다양하기 때문에

취소는 단순하지 않다.

이럴 땐 잔뜩 긴장하게 된다.


돈 앞에서 마주한 얼굴


돈을 마주할 때 사람들의 매너가 드러난다.

손해라고 느끼는 순간,

매너는 쉽게 무너지곤 한다.

흥분하기도 하고, 문제를 공식적인 절차로 끌고 가는 경우도 있다.

위약금 규정을 꺼내는 순간, 대화의 온도가 달라진다.


의외로 고객의 답변은 차분했다.

"이해했습니다. 갑작스럽게 발령이 날 줄 몰랐네요. 저의 책임도 있으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의 태도가 주는 여운


본사 승인을 위해 관리자에게 보고하고

고객과도 여러 차례 통화를 주고받았다.

마지막 통화에서 그는 대화를 이어 나갔다.

"잘 처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국에서 돌아오면 꼭 연락드릴게요"


그날 남은 건 선택이 아니라 태도였다.

이후로도 수많은 상담을 했지만,

이상하게 그 고객의 말투와 표정은 오래 남아있다.


결국 오래 남는 건 가구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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