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함이란 이런 것
졸업식이라 대학 정문으로 나가는 길이란 길은 전부 꽉 막혔다. 맛집이라고 예약해 둔 식당에선 오늘 도로사정이 전혀 허락하지 않을 시간에 오리탕이 나올 예정이었다. 교내의 다른 출구로 빠져나가더라도 정문 밖 대로를 거쳐가야 했으므로 오늘 제시간에 오리탕을 먹기는 글렀다.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예약한 식당에 전화를 걸어 오늘이 졸업식이라 정문을 빠져나가려면 30분은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30분 뒤에 오셔도 돼요."라고 친절하게 답하시는 사장님께 아무래도 그건 힘들겠으니 다음에 꼭 방문하면 안 될까요 하고 무리한 부탁을 드렸다. 시계를 보니 내 오리탕은 이미 나와서 식었을지도 모르겠다.
다행이 사장님은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셨고, 나는 다음에 꼭 방문하겠다고 다시 한 번 사과를 했다. 내 사과에 이어진 사장님의 뜻밖의 대답이 오늘 하루 종일 내 귓가에 맴돌았다. 그 말은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대답이었다. 사장님으로선 주문한 음식을 되물려야 하는 상황이라 짜증이 날 만도 한데 미안하고 난감해하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다고 말하는 사장님을, 나는 이 오래된 식당과 함께 오랫동안 사랑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