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이 비운 식당 일부를 조리공간으로 쓰는데 첫 한 달 치 임대료를 한 번에 내는 조건으로 일주일에 $500를 청구했다. 주이의 사정을 들은 수지의 작은아버지는 가게를 통째로 임대하는 것이 아니니 보증금은 안 받겠다고 했다. 세금, 유지비가 임대료에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거저 하는 장사나 다름없었다. 주이는 카드결제기 구비, 납세 등 타국에서 감당하기 까다로운 모든 절차를 건너뛸 수 있었다.
또 한식당에서 포장전집으로 공간을 교묘하게 바꾸는 데 브랜드 마케팅이 본업인 수지가 큰 도움을 줬다. 이미 마련된 공간이었기에 준비기간도 그리 길지 않았다. 가게 입구 옆 슬라이딩 도어를 옆으로 밀고 창 크기에 맞게 매대를 제작해 설치했다. 수지가 개나리색 스트라이프 어닝을 설치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해 준 덕분에 기존 한식당의 간판을 슬쩍 가리면서 시선을 끄는 효과를 냈다. <시드니 전집>이라고 새겨진 배너를 입구 옆에 길게 붙였다. 상호 옆에는 ‘Take away Korean Pancake'라고 썼다. 수지 작은아버지가 운영하던 식당의 홀은 당분간 이용하지 않을 작정이므로 바깥 창문에 ‘기존에 운영하던 한식당은 일정기간 운영하지 않음’이라고 한글과 영문으로 각각 써서 부착했다. 엉덩이부터 먼저 드는 주이의 인생에 수지는 행운을 들고 나타났다. 주이는 수지를 레버리지로 꿈을 이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