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수면교육보다 중요한 것

아이의 속도로, 함께 성장하는 시간

by 주은


나는 임신 중에 육아 서적을 적극적으로 찾아 읽지 않았다. 내가 가진 약간의 강박과 완벽주의가 육아 서적을 읽으면 거기에 사로잡힐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최소한의 준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육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제목을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책 몇 권만 골라 읽었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자’고 스스로 다짐하면서.


그런데 옛말에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했던가. 수면 교육과 관련한 딱 한 권의 책만 읽은 게 문제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책에서는 분명 신생아기부터 수면 교육을 시작해 습관이 잘 잡히면 생후 6주 정도부터는 밤중 수면이 길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 부분을 읽으며 내심 기대했다.


‘오, 조리원에서 집에 가면 대충 그 시점이니, 이대로 따라 하면 육아가 좀 수월하겠다.‘


그러나 내가 마주한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조리원에서는 그렇게 얌전하고 순하게 침대에서 자던 소금이가, 집에 온 후로는 세상 예민하고 등 대고 자지 않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그로 인해 쾌적한 수면 환경을 위해 큰돈 들여 구입한 아기 침대는 동선에 방해되는 물품이 되었고, 혹시나 필요할까 싶어 당근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아기띠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다. 그렇게 아기띠가 교복처럼 몸에 붙어버리고, 소금이를 품에 안아 재우고 달래는 날이 길어질수록 점점 심란해졌다.


‘계속 이렇게 재우면 안 될 것 같은데. 수면 교육을 해야 하는데…’


나는 이 사태를 해결할 답을 찾기 위해 수면 교육 관련 책을 다시 살펴보고,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나와 같은 주차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올린


“수면 교육 성공했어요! 우리 아이는 7주 차부터 침대에서 통잠을 자요!”

“아이가 잠든 지 6시간이나 됐어요! 억지로 깨워야 할까요?”


와 같은 글을 마주칠 때마다 조급해졌다. 내가 도대체 무엇을 놓친 걸까. 불안하고 초조했다. 수유할 때, 소금이를 재울 때마다 한 손은 아이를 토닥이고 한 손은 스마트폰을 들고 열심히 정보를 찾아 헤맸다.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나고, 어느 순간부터 수면 패턴의 변화가 느껴졌다. 한 시간마다 깨던 밤이, 한 시간 반, 두 시간… 그렇게 조금씩 길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드디어!” 하며 안도했지만, 문득 깨달았다. 이건 내가 특별히 무언가를 해서 나온 결과가 아니라는 걸. 어쩌면 나는 자연히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를 붙잡고 너무 조급해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사실 아이가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자지 않고, 잠의 간격이 규칙적이지 않다는 건 나의 불편함이었을 뿐이다. 아이의 예측할 수 없는 패턴은 내 육체와 일상의 생활을 꽁꽁 묶어버리니까. 내가 제대로 된 수면교육을 못해서 아이가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에 통제하고 싶었던 거다. 돌아보면, 그 시기의 나는 액정 속 화면만 들여다보느라 소금이가 잠들 때 오롯이 전달되는 무게감이 얼마나 따뜻한지, 그 순간이 얼마나 고요하고 사랑스러운지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소금이는 자신만의 리듬으로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 이 간명한 사실에 힘입어 여유를 되찾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아이와의 시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어느새 자라 버린 얇고 긴 속눈썹, 남편을 빼닮은 동글동글한 콧구멍, 걸을 때마다 살짝 흔들리는 통통한 볼살, 씰룩씰룩 오르내리는 입꼬리까지. 매일 안고 있었는데도, 나는 이제야 소금이를 제대로 보는 법을 배운 듯하다. 육아 지식은 방향을 알려줄 뿐, 정답이 아니라는 걸 정말로 깨닫는 그 순간에 말이다.


육아에서 중요한 것은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아이를 놓치지 않고 제대로 보아야 한다. 완벽하려 애쓰느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을 놓치는 건 정말로 어리석은 일이니까.





출산을 앞둔 이에게,


- 책이 내 아이를 키워주는 게 아니다. 나와 아이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배워가는 것이 육아다.

- 아이와 함께하는 순간에는 오롯이 아이만 보자.

- 내 아이를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자.

-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도 있다. 내 아이의 속도를 믿고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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