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07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 중에 미혼의 나이가 든 남자들이 있다. 고양이 책방 <책보냥> 주인이며 드로잉과 디자인을 하는 작가 대영 씨와 배우 겸 감독 양모 씨다. 둘 다 혼자 살고 더 이상 그들 어머니의 반찬에 의존하지 않느다. 그럼에도 이들은 식사를 스스로 잘 챙기는 편에 속한다. 혼자 사는 이들 중엔 여자보다 남자가 자신의 식사를 잘 챙기는 것 같다. 나는 혼자 살 때 집의 싱크대가 거의 말라있었지만 남편은 매일 밥을 지어먹었다고 했고 이런 경우는 주위에 예상보다 많다.
아무튼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종종 이 두 남자의 반찬이나 밥을 챙긴다. 나는 낯을 가리고 내가 싫을 정도로 사람에 대해 좋고 싫음이 너무 명확하다. 그래서 날 잘 모르는 사람은 내가 까칠하고 싸가지가 없다고 말하기도 하고 실제도 싫은 사람에겐 그런 편이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겐 친절하고 좀 퍼주는 스타일이다. 요즘 퍼주는 것은 주로 음식이다. 퍼주는 즐거움은 커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하며 생기는 힘듦과 스트레스를 이긴다.
오늘은 민어를 이 두 남자에게 맛 보여 주고 싶었다. 오후에 강연을 들으러 가는 길에 이들의 저녁 일정을 체크했더니 다행히 9시경엔 모두 괜찮다 했고 우리 집에 오기로 했다. 동네 친구가 좋은 것은 이렇게 느닷없이 만나 술 한 잔 하며 사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수다를 떨 수 있다는 거다.
준비한 음식은 달랑 민어회 한 접시와 고수 무침. 손님을 부르기에 민망할 만큼 적은 양였지만 우린 즐거웠다. 냉장고에 있던 와인 세 병을 다 마시고 위스키도 꺼내 한 잔씩 마셨다. 당연히 민어회로 시작한 안주는 부족했다. 열무김치는 두 번 채웠고 계란말이, 찐 감자 구이, 두부부침도 추가되었다. 감자를 쪄 두니 아주 요긴하다. 배고플 때도 먹고 술안주 부족할 때도 먹는다.
감자를 얇게 썰어 기름에 볶으면 아주 훌륭한 안주가 된다. 양파와 같이 볶아도 되고 다른 재료와 볶아도 된다. 볶음이 싫으면 물 조금 넣고 다시마 한 장과 얇게 썬 감자를 넣고 간장으로 간하면 국물이 있는 안주가 된다.
민어 3kg, 15만 원에 사서 어른 7명이 이틀 동안 행복했다. 민어 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