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음식은 나눠 먹어야 더 맛있다.

2022.07.07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 중에 미혼의 나이가 든 남자들이 있다. 고양이 책방 <책보냥> 주인이며 드로잉과 디자인을 하는 작가 대영 씨와 배우 겸 감독 양모 씨다. 둘 다 혼자 살고 더 이상 그들 어머니의 반찬에 의존하지 않느다. 그럼에도 이들은 식사를 스스로 잘 챙기는 편에 속한다. 혼자 사는 이들 중엔 여자보다 남자가 자신의 식사를 잘 챙기는 것 같다. 나는 혼자 살 때 집의 싱크대가 거의 말라있었지만 남편은 매일 밥을 지어먹었다고 했고 이런 경우는 주위에 예상보다 많다.


아무튼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종종 이 두 남자의 반찬이나 밥을 챙긴다. 나는 낯을 가리고 내가 싫을 정도로 사람에 대해 좋고 싫음이 너무 명확하다. 그래서 날 잘 모르는 사람은 내가 까칠하고 싸가지가 없다고 말하기도 하고 실제도 싫은 사람에겐 그런 편이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겐 친절하고 좀 퍼주는 스타일이다. 요즘 퍼주는 것은 주로 음식이다. 퍼주는 즐거움은 커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하며 생기는 힘듦과 스트레스를 이긴다.


오늘은 민어를 이 두 남자에게 맛 보여 주고 싶었다. 오후에 강연을 들으러 가는 길에 이들의 저녁 일정을 체크했더니 다행히 9시경엔 모두 괜찮다 했고 우리 집에 오기로 했다. 동네 친구가 좋은 것은 이렇게 느닷없이 만나 술 한 잔 하며 사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수다를 떨 수 있다는 거다.


준비한 음식은 달랑 민어회 한 접시와 고수 무침. 손님을 부르기에 민망할 만큼 적은 양였지만 우린 즐거웠다. 냉장고에 있던 와인 세 병을 다 마시고 위스키도 꺼내 한 잔씩 마셨다. 당연히 민어회로 시작한 안주는 부족했다. 열무김치는 두 번 채웠고 계란말이, 찐 감자 구이, 두부부침도 추가되었다. 감자를 쪄 두니 아주 요긴하다. 배고플 때도 먹고 술안주 부족할 때도 먹는다.


감자를 얇게 썰어 기름에 볶으면 아주 훌륭한 안주가 된다. 양파와 같이 볶아도 되고 다른 재료와 볶아도 된다. 볶음이 싫으면 물 조금 넣고 다시마 한 장과 얇게 썬 감자를 넣고 간장으로 간하면 국물이 있는 안주가 된다.


민어 3kg, 15만 원에 사서 어른 7명이 이틀 동안 행복했다. 민어 만세다.

매거진의 이전글 호박잎 2,000원어치로 차린 여름 밥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