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아 작가의 소설 <아버지의 해방 일지>

따듯하고 슬프고 아픈 사회주의자의 장례식

by 소행성 쌔비Savvy

1965년생 작가는 빨갱이의 늦둥이 딸로 태어났다. 1965년에 무슨 빨갱이인가 싶겠지만 그랬다. 평생 빨갱이의 딸로 손가락질받으며 절망하며 살았지만 작가에겐 앞뒤가 같은 쿨한 사회주의자 부모가 있었고 한없는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사랑이 해결할 수 없는 편견의 벽은 높았다.


소설은 아리의 아버지 고상욱의 죽음부터 시작해 장례 3일간의 이야기이다. 이 3일 동안 고상욱을 둘러싼 사람과 인연 그리고 혁명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 펼쳐진다. 이야기는 따듯하지만 고상욱이 겪어낸 시간을 미루어 짐작하면 아프고 아프다. 반공을 외치는 나라에서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자신의 신념이 일가친척은 물론 지인들에게까지 해가 되었다는 것을 이겨내고 사는 것은 어떤 삶였을까?


소설은 흡입력 있고 재미도 있다. 문장은 단정하고 쉽다. 빨치산의 딸 정지아 작가 아버지의 이야기이기도 하며 정지아 작가가 견뎌낸 시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내가 살아온 시간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정지아 작가는 우리 집 고양이 순자 부모 고양이의 집사이시다. 일면식도 없는 작가지만 고양이 순자로 엮인 관계이다. 이런 관계가 아니라도 이 소설 <아버지의 해방 일지>는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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