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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토요일 풍경

2022.09.24

날씨가 몹시 좋은 토요일. 남편은 강연이 있어 계란 프라이 2개와 토마토즙으로 아침을 준비해 주고 옷도 이쁘게 챙겨줬다. 남편이 나가고 여름 이불 빨래를 하고 한의원에 갔다. 한의사께서 정기적으로 다니라는 말을 귓등으로 들었는데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살아야겠단 생각이 들어 집을 나섰다. 병원 치료를 마치니 어느새 점심이었다. 별 특별한 계획 없이 대학로로 나오다 보니 남편 강연도 거의 마칠 시간이 되었다. 대학로는 <웰컴 대학로 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차로를 맞고 축제 공연이 한창였다. 강연을 마친 남편을 대학로에서 만나 같이 밥을 먹기로 하고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 일지>를 읽었다. 근래 가장 몰입해 읽은 소설이다.

남편을 만나 밥을 먹으려 보니 정말 갈만한 음식점이 없다. 대학로엔 음식점이 많지만 정작 괜찮은 음식점, 특히 밥집은 없다. 평소 봐 두었던 음식점에 가서 식사를 했는데 식기만 화려하고 간도 안 맞고 엉성했다. 그래도 날씨가 좋아 식사를 마치고 남편과 게으르게 걸어서 집에 와 남편은 낮잠을 자고 나는 책을 마저 읽었다. 저녁엔 또 어슬렁어슬렁 대학로로 걸어 나갔다. 어묵에 청주를 한 잔 할까 하고 들어간 <부산오뎅>엔 자리가 없어 그냥 <김가네>에 가 김밥과 라면을 먹고 축제 현장에 가니 윤도현 밴드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인파 속에서 잠깐 공연을 보다 천천히 걸어 돌아와 동네 친구 세미 씨가 출연하는 드라마 첫 회를 보았다. 드라마는 너무 후졌지만 세미 씨의 연기는 좋았다.


게으르게 하루 1만 5천 보를 걸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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