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05
일하는 현장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 흔히 사용하는 표현으로 ‘나는 이 일 몇 년 차다 ‘가 있다. 일을 얼마 동안 해왔는지 아주 간결하게 알리는 표현이다. 어떤 일을 막 시작한 사람에게 10년 차, 20년 차는 오를 수 없는 산, 넘볼 수 없는 실력으로 느껴진다.
연극을 자주 본다. 공연에는 많은 배우들이 등장한다. 역할에 따라 다르지만 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주연은 30, 40대가 맡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무대에서 이들은 10대에서 7,80대에 이르는 전 연령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같은 무대에 한눈에도 나이가 많은, 그리고 나이만큼 일에 년 차가 쌓인 배우들이 서는 일도 어렵지 않게 본다. 나이가 든 배우가 무대에 오르면 나는 자연스럽게 그에게 아주 노련한, 젊은 배우만큼 힘은 없지만 작은 역도 멋지게 소화해내는 어떤 특별함이 있길 기대한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다.
이런 기대와는 다르게 실망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도 종종 있다. 아주 중요한 부분에서 대사를 씹거나 건너뛰고 연기가 어색하여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대체로 그들의 경력은 젊은 주연 배우보다 길다. 그런데 왜 경력이 짧은 사람보다 못한 연기를 할까? 타고난 기량의 차이이기도 하겠지만 연습 부족일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무대에 올라 대사를 건너뛰고 얼버무리는 것은 타고난 재능이 아닌 연습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니까.
상사가 무조건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고 오래 살았다고 모든 일에 능숙한 것은 아닌 것처럼 실력은 시간의 누적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치열한 노력이 만들어 낸 결과다. 그러니 나보다 경력이 짧은 사람 앞에서 ‘나 몇 년 차요’라고 거들먹거리지 말고 ‘라떼는 말이야~’로 나보다 어린 사람을 기죽이지 말자. 꼰대 되는 것은 순간이다.
<오늘 본 연극 ‘세인트 조앤’은 참 좋았다. 그런데 아쉽게도 한두 명의 원로 배우가 자꾸 대사를 씹어 몰입을 방해했다. 배우들의 암기력은 정말 대단하다. 조앤 역의 백은혜 배우는 훌륭하고 멋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