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현대사의 비극 <경숙이, 경숙아버지>

여행 겸 관극 겸, 동해에서 보다

by 소행성 쌔비Savvy

연극 <경숙이, 경숙아버지>를 여태 못 봤다. 극단 골목길, 박근형 선생의 작, 연출극인데 곡목길은 해마다 신작을 내놓으니 볼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올해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에 이 극이 선정되어 속초, 대구를 거쳐 동해에서 공연을 한다기에 여행을 겸해 예매했다. 심지어 무료.


아침에 기차를 타고 묵호역에서 내려 동해문화예술회관에 도착하니 동해의 어르신들이 다 모이신듯했다. 극이 시작되어도 휴대폰 불빛은 그대로, 극 중에 카톡과 휴대폰 벨소리, 통화 소리는 물론 판소리에 버금가는 추임새까지 무척 소란한 분위기였다. 무대 역시 세트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지만 배우들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워낙 노련한 배우들이라 그러려니 하고 연기하는 듯했다.


<경숙이, 경숙아버지>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한 가족을 통해 이야기하며 동시에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없었던 사람, 그들이 만들어내는 비극과 폭력성을 다룬다. 당연히 슬프고 마음 아픈 이야기이다. 지금의 정서로 이해하려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관객의 야유가 육성으로 터져 나오기도 했지만 슬픈 사연에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소란하고 낯선 분위기에서의 관극으로 극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들에겐 절로 경외심이 생겼다. 서울의 소극장에서 정제된 분위기에서 봤으면 눈물 제법 쏟을 연극이다. 아무튼 이런 경험도 좋았다.


이 극의 주연 경숙 어메 역은 2006년 초연시부터 고수희 배우가 맡았다. 그리고 2023년 10월 동해 공연을 끝으로 고수희 배우는 경숙 어메와 작별한단다. 대단한 열연의 고수희 배우 경숙 어메를 볼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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