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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도 치유도 사람의 몫, 연극 <연안 지대>

와즈디 무아와드 작 김정 연출

와즈디 무아와드는 세계적인 희곡작가다. 그의 <화염> <숲>은 국내 상연되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전쟁의 상흔을 잘 표현했다. <연안 지대>는 이 작가를 세계 무대 중심에 우뚝 세운 작품이며 국내 초연작이다. 이 작품을 국립극단의 <이 불안한 집>으로 명성을 쌓고 있는 김정 연출이 맡아 서울시극단과 무대에 올렸다.


쉽지 않은 작품으로 예상되어 관극 전에 희곡을 읽었다. 희곡엔 지문이 거의 없었고 등장인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없었다. 당연히 어떻게 연출될지 무척 궁금했다.


“따르릉여보세요와보세요아버지가돌아가셨어요.”


무대 중앙에 세워진 마이크에 핀조명이 떨어지고 윌프리드는 이 대사를 독특한 리듬과 움직임에 얹어 반복적으로 쏟아낸다. 첫 장면부터 김정 연출은 자신의 개성을  확실히 보여준다. 통쾌하다. 서울시극단 이승우 배우는 윌프리드를 맡아 혼란에 빠진 연기를 선보인다.


윌프리디는 이름도 모르는 여자와 정사를 벌이다 아버지의 부음을 듣는다. 윌프리드를 낳다 엄마가 죽자 집을 나가 세상을 떠돌던 아버지다. 아버지를 엄마 곁에 묻기 위해 친척들에게 도움을 청하나 거절당하고 판사에게 간신히 시신을 옮겨도 좋다는 판결을 받고 시신을 들고 무조건 길을 나선다. 그가 찾은 곳은 어디인지 밝히지 않는다. 다만 전쟁으로 폐허가 되고 너무 많은 사람이 죽어 시체 한 구조차 묻을 곳이 아쉬운 곳이다.


윌프리드는 이곳에서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시몬, 사베, 아메, 죠제핀을 만나 이들과 연대한다. 저마다 깊은 상처를 안고 사는 이들이 어떻게 표현될까 무척 궁금했다. 사베 역의 공지수 배우는 <이 불안한 집>에 이어 이 작품에서도 미치광이 사베에 땆 맞는 움직임과 연기를 보인다. 매력적이고 다시 보고 싶게 한다.


시간과 공간이 이리저리 섞인 작품을 김정 연출은 특별한 장치를 쓰지 않고도 표현해 낸다. 음악은 채석진 씨가 연주까지 맡아 흐름을 안내한다. 이재영 안무가의 움직임은 캐릭터를 더욱 선명하게 했다. 이태섭 무대디자이너는 간결하지만 바다가 효과적으로 표현된 무대를 보여주었다. 2부에서 줄곧 아버지의 시체를 들고 다니던 윌프리드가 시체 보관 가방을 여는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연극이 아니라면 보기 어렵고 연극이기 때문에 더욱 빛나는 게 김정 연출 작품의 특징이다. 전쟁의 상처를 담은 극은 환하고 밝고 즐거울 수 없다. 그럼에도 <연안 지대>는 어둡지만 경쾌하고 처연하고 슬프지만 지루하지 않다. 보시라. 서울시극단의 모든 배우들도 빛나는 연기를 보여준다. 연극 보는 즐거움을 알게 될 것이다. 희곡을 읽으며 한 번으론 안 될 것 같기에 마지막 회차를 추가 예매했다. 그러길 잘했다. 6월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상연한다.


와즈디 무아와드는 레바논 출신으로 실제 내전으로 나라를 떠난 캐나다에 정착했다. 그의 작품 <연안지대> <화염> <숲> <하늘>는 무아와드 작가의 전쟁 4부작으로 알려졌다. 이제 <하늘>이 남았다.


서울시극단 작품

김정 연출

채석진 음악 이재영 안무 이태섭 무대

이승우 윤상화 강신구 최나라

송철호 윤현길 이미숙 공지수 정연주 조한나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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