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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에 드라마를 입힌 퍼먼트 비 Ferment B

주우석 요리사와 홍성민 소믈리에, 도산공원을 장악하다!


내 인상에 아주 깊게 자리잡은 파인다이닝이라면 3~4년 전 삼청동 <프라이빗133> 의 음식이다. 시각은 기본, 모든 음식이 훌륭했고 음식과 음식사이 연결은 물흐르듯 자연스럽고 요소 요소 맛에 포인트가 있어 눈도 입도 즐거웠다. 인상이 깊었던 이 집은 어느 날 사라졌다. 그러던중 청담동에 익스큐진이라는 훌륭한 음식점이 생겼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리고 이 음식점이 문 연지 얼마되지 않아 미슐랭 원스타에 올랐다.


도산공원 옆에 자리 잡은 따끈따끈한 음식점 <퍼먼트 비 Ferment B>를 설명하면서 왠  엉뚱한 음식점을 이야기하느냐 궁금할 수 있다.


퍼먼트 비, 6인용 테이블이 있는 방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처음 서브를 받은 음식은 '비프 타르타르와 흑미칩'였다. 이 음식을 먹는 순간, 내 기억에 자리잡고 있던 프라이빗133의 음식이 떠올랐다. 바삭한 흑미칩 위에 올려진 간이 아주 잘 된 부드러운 쇠고기 타르타르 그리고 된장에 절인 노른자 토핑까지 ... 간과 맛, 향과 질감까지 어느하나 빠지지 않은 이 음식은 오래 전 내 기억의 그 황홀했던 맛을 떠오르게 했다.


이어진 '염장한 연어와 귤'. 이 음식은 연어가 아닌 귤이 주인공이었다. 잘 구워진 귤은 부드러웠고 더 달콤했다. 연어 위에 귤을 얹어 먹으니 색의 조화만큼 맛의 조합도 좋았다. 상큼함과 고소함이 입맛을 깨웠다. 귤을 구워먹어 본 사람은 구운 귤이 얼마나 달콤하고 동시에 부드러우며 향이 좋은지 모른다. 이 곳의 귤은 구운 후 하룻동안 그 상태를 유지해 귤의 과즙에 귤 껍질의 향이 베도록 한단다. 그리고 서브하기 직전에 귤의 껍질을 깐 후 구운 귤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토치로 그을린다고 한다.


연어와 구운 굴이 깔끔한 성격의 초식남과 여성이 좋아할 맛이라면 터프한 남성은 물론 전 연령이 좋아할 맛은 바로 '수란과 볶은 버섯 샐러드'이다. 이 샐러드에는 구운 훈제 삼겹살이 숨어있다. 샐러드로는 먹으며 든든한 기분까지 들게하여 식사 대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브리 치즈 튀김과 샐러드'역시 좋다. 튀긴 치즈라니? 나는 치즈를 튀긴다는 상상을 해보지 못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고 촉촉한 브리 치즈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다. 화이트 와인과 같이 먹으면 그만이다.


여럿이 방문한 우리는 전채 요리 겸 샐러드도 다양하게 먹고, 든든한 식사 메뉴도 맛볼 수 있었다.

퍼먼트 B의 매력은 코스로 구성해 굳이 식사로 음식을 한정 짓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든 음식은 식사로 그리고 그대로 와인과 아주 잘 어울리는 안주가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한다.

밤 10시 이후로는 무거운 식사 대용 메뉴대신 가벼운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린 식사를 했다. 이어진 음식은  '돼지 등심의 코돈 블루' 발사믹 크림에 적셔먹는 돼지 등심 혹은 돈까스라 할만한 이 음식은 상큼하면서 동시에 익숙한 맛을 준다.

메뉴에 조금 힘을 주고 싶다면 '랍스타스튜'가좋다. 바닷가재, 새우, 바지락이 들어간 부야베스로 해물의 풍성한 맛과 향과 랍스타의 다소 사치스런 맛까지 즐길 수 있다. 단언컨대 이 요리를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면요리 성애자라면 '명란젓갈 크림 파스타'나 내가 꼭 맛을 보고 싶은  구운 김과 새우, 성게 알이 풍성이 올라간 '버터 소스 생면 파스타'를 추천한다.

'양갈비 스테이크'도 좋다. 언뜻 앤다이브로 보이는 가니시는 알배추이다. 이 땅의 식재료를 가감없이 사용하고자 한 요리사의 노력이 아주 보기 좋다. 명란젓갈 크림 파스타에 시래기가 쓰인 것도 이런 노력이다.

리조토와 죽의 중간 쯤 어디에 자리 잡은 '치킨 라이스'는 독특하면서 익숙한 맛을 선사한다. 먹는 중간 중간 바삭한 멸치가 씹히는 것도 기분이 좋다. '매콤한 홍합 쌀국수'는 살짝 똠양쿵스럽다. 이 음식은 심야에 속풀이 용으로 주문하면 좋을 것이다.


[퍼먼트 B]  음식은 모든 식재료가 자신의 역할을 아주 잘하고 있다. 모든 식재료는 조리되면서 한번쯤 변형되었지만 그 식재료가 가지고 있어야 할 질감과 맛을 잘 간직하며 한그릇의 완성된 음식으로 서브된다. 그러다 보니 모든 음식은 나름의 드라마가 잘 간직되어 있다. 무엇보다 때때로 악센트처럼 맵거나 살짝 짠듯한 맛을 보여주는 음식이 배치되어 식욕 포텐이 터지게 하지만 그 또한 이 곳의 매력이다.  


[퍼먼트 비]의 이 멋진 음식을 책임지고 있는 요리사는 주우석 씨다. 주우석 요리사는 프라이빗 133과 익스큐진의 수세프로 장경원 요리사와 손을 맞추며 내공을 쌓았다고 한다. 그러니 내가 이 곳 음식을 접하며 프라이빗133의 아주 좋은 기억이 떠오른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금주 중인지라 이곳의 다양한 와인을 섭렵하지 못한 것은 너무 아쉽다. [퍼먼트 비]의 분위기를 조율하는 홍성민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와인은 실패가 없으니 이 또한 경험하면 좋을 듯하다.


무엇보다 [퍼먼트 비]는 이렇게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면서도 도산공원 인근의 다른 음식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가격이 착하다. 그래서 이곳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주인 걱정을 하는 손님이 되고만다.


[퍼먼트 비 Ferment B]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164길 34-2(신사동, 도산공원 인근)02-540-2211

오후 5시반부터 새벽 2시까지 영업하며, 6인용 테이블이 있는 룸과 4인용 테이블 대여섯 개 그리고 바가 운영된다. 데이트나 와인 모임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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