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티크 패션의 중심에서 활동하시던 김행자 선생님의 원피스를 사다
어떤 물건은 물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사람들이 명품이나 빈티지 제품에 관심을 갖는 것도 바로 그 의미때문이리라.
최근에 원피스를 한 장 샀다. 영화인들이 충무로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그 때 그 영화인들이 줄을 서 옷을 해입던 김행자 부티크, 김행자 선생님의 옷이다.
혜화동에서 열린 한 팝업 샵에서 단정하지만 멋이 있는 원피스를 보자마자 난 침을 흘렸다. 이런 내 모습을 본 남편이 입어보라하여 입어보았고 입은 모습이 나쁘지 않았던지 그 자리에서 결제를 해줬다. 최근엔 옷에 돈을 크게 쓰지 않기 때문에 할인을 많이 받았다해도 적은 금액은 아녔지만 나도 거절하지 않았다.
예쁘기도 했지만 한 시대 우리 패션을 쥐락펴락 했던 분의 옷을 입는다는 것은 그 분의 역사를 입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행자 선생님은 원피스를 입은 내 모습을 한눈에 보시곤 약간 수선이 필여하다시며 몸에 맞게 수정해 보내주시겠다고 했고 오늘 도착한 옷은 정말 내 몸에 잘 맞았다.
한 가지 일을 오래 하신 분들의 동물적 감각에 가까운 그 정확성에 가끔 놀라는데 선생님의 눈썰미 역시 그랬다.
선생님은 이미 몇 해 전에 현업에서 은퇴를 하셨다. 당연히 이제 선생님이 직접 만드신 옷은 얼마 남아있지 않다. 은퇴를 결심하고 주변을 정리하며 빌딩을 팔아 직원 백 여명의 퇴직금을 정산해준 일은 열악한 우리 나라 패션업계엔 믿기 어려운 진실이다.
아직 건강하시고 여전히 활력이 넘치는 선생님께 우리 나라 부티크 역사를 들어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깊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