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과의 욕심없는 마켓은 파티다

생애 첫 팝업 마켓 참여_꽃 팔고 싶었으나 된장 간장만 팔았다

by 소행성 쌔비Savvy

지난 주말과 월요일까지 갑자기 기획된 아티스트들의 팝업 마켓에 참여했다. 페인팅, 사진, 도자기 등 아티스트들의 작품 속에 내가 들고 나간 것은 꽃이었다.

꽃만 들고 나갈까하다 조언을 듣고, 내가 메주를 사먹는 견불동된장의 간장과 된장, 나의 최애 살림 은곡도마를 들고 나가기로 결정했다 급박하게 견불동 된장과 은곡도마 대표분들께 연락을 드리니 흔쾌히 제품을 보내주셨다

결과는 한마디로 마이너스!

태어나 한 번도 물건을 팔아보지 못한 나는(나의 엄마아빠는 장사를 하셨음에도) 가격을 책정하지 못해 된장과 간장을 사장님이 보내주신 가격 그대로(도매가)로 판매하다 조언을 듣고 부랴부랴 아주 조금 가격을 올려 팔았다.


나의 주력 품목은 꽃, 현장에서 남편를 꼬셔 포장지에 글을 쓰게하여 <꽃과 글>이란 컨셉으로 차별화를 두었으나 야외 마켓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고급(이 말은 예쁘나 비싸고 약한 꽃이란 뜻) 꽃을 준비하며 초보 플로리스트 티를 팍팍 냈다, 결국 고급진 꽃은 단 한송이도 팔지 못하고 모두 드라이 플라워가 되었다. 대신 우리 집 마당에서 꺾어간 국화는 여기 저기서 빛을 냈다

여러 웃기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번 마켓 참여는 내게 확실한 행복였으며 큰 소득이었다

이 팝업 마켓은 과거엔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했으나 현재는 회화적인 사진을 찍는 아티스트 박지원 선생이 주도를 했다. 그가 한시적으로 머무는 한옥 게스트하우스 <혜화1938>을 적극 활용하며 마켓을 핑계로 좋은 사람들이 만났음하는 취지였다.


나에겐 단단하고 큰 믿음이 있다. ‘초록은 동색’, 사람은 비슷한 사람끼리 모인다. 내가 심성이 선한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다.

박지원 선생을 처음 본 순간 그가 대범하며 동시에 따듯하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판단은 옳았다. 박지원 선생을 중심으로 이 팝업 마켓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은 면면이 훌륭한데 마음도 모두 따듯했다.


성악을 전공했으나 도예로 길을 바꾼 도예작가 배주현의 작품은 정형성을 벗어나 대담하며 선이 아주 고아름다운 작품이다.

광고 디자인을 했으나 육아로 일을 잠시 쉬고 있는 민경영 작가는 자신의 일러스트 작품으로 구성한 컬러링북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본 관련업 종사자들은 그에게 회화로 진로를 바꾸길 조언했다.

박지원 작가는 회화적인 느낌이 강한 대담한 사진을 찍는다. 이번에 내놓은 작품은 그의 사진 중 서울과 관련된 것으로 가볍게 프린트하여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밖에 직접 디자인한 쥬얼리도 선보였다

김태성 작가의 철사 아트는 강력한 끌림이 있었다.

무엇보다 한때 충무로 배우들이 줄서서 옷을 지어 입게한 김행자 패션 디자이너의 옷은 감동을 주었다 . 덕분에 나도 선생님의 옷을 구매하는 영광을 누렸다


마켓의 압권은 역시 음식과 술이다. 음식은 박지원 작가와 서동숙 조경 설계사가 맡았다. 두분 다 요리에 일가견이 있어 모든 사람이 즐거워했다. 그런데 마켓이 끝나면 이 두 분은 몸살이 날 거 같다.



어째됐든 일상에서 벗어난 이번 마켓 참여는 아주 즐거운 경험였고 내가 이번에 배운 것은 예상외로 많았다.

마켓에서 꽃은 비인기 품목이란 점, 팔려면 내가 좋아하는 꽃보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강인한 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사람에게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다른 것이 조화를 이루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가 어떻게 나이들어 가야하는지, 우린 어떤 미덕을 갖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느낀 점이 많다.


바쁜데 일부러 마켓에 찾아와 내 꽃과 된장과 간장을 구매해준 친구들에게 정말 정말 고마웠다.


즐겁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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