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목포 음식의 상징이 되어라!  중화루 ‘중깐’

목포 구도심 골목식당, 1950년에 문 연 노포, 김치맛도 좋다


1박2일의 짧은 진도여행, 돌아오는 길 일행 중 한 명이 광주에 일이 있다하여 목포에 내려주기로 하고 우린 겸사겸사 목포에서 저녁을 먹자 했다. 그렇잖아도 목포에서 딱 한 끼를 먹어야한다면 어디서 무엇을 먹어야하냐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던 차였다.

평소 댓글을 잘 달지 않으시는 박찬일 요리사께서 아주 단호하게 딱 두 글자 ‘중깐’이라고 댓글을 남겼다. 왠지 안가보면 내가 큰 손해를 볼 것 같은 단호함였다.

중깐이 식당이름인지 음식 이름인지 알지도 못했던 나는 검색을 통해 이것이 목포의 중국음식점 '중화루'에서 내놓는 특색있는 간짜장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일행들에게도 중깐을 이야기했고, 마침 음식점이 목표역 근처여서 이견없이 중화루에 가서 중깐을 먹기로 했다.

재료 소진하면 문을 닫는다는 블로그의 글을 보고 전화를 드리니 걱정 말고 오라는 답을 내놓으셨다. 식당에 들어섰는데 시간이 애매해서인지 명성과는 달리 저녁 장사 전에 식사를 하시는 식당 종업원들만 있었을 뿐였다.


자리를 잡고 앉아, 일단 이 집의 대표 메뉴인 중깐(중화루씩 간짜장이라는 말이 있지만 중깐은 새참과 같은 의미가 있다고 한다)과 탕수육 그리고 삼선짬뽕, 삼선덮밥을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김치 맛을 보았다. 직접 담근 김치다. 김치 맛이 좋다고 칭찬을 하니, 직접 담근다는 답이 돌아왔다.  맛집을 평가하는데 사람마다 다른 기준이 있을 것이다. 내 경우엔 김치다. 직접 담근 김치를 내주는 음식점은 그 맛이 좀 떨어진다해도 난 후한 점수를 주는 편이다.


중깐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간짜장이었다. 면은 기스면처럼 가늘었고, 잘 뺀 면 위엔 계란 반숙후라이가 이쁘게 얹어져 있었다. 짜장 소스는 유니짜장처럼 건더기가 갈아져 있었다. 넉넉한 소스를 면 위에 남김없이 붓고 계란 노른자를 터트려 비볐다. 그리고 한 젓가락 크게 떠서 먹었다.

면은 목구멍으로 흐드릇 부드럽게 넘어갔고, 특유의 밀냄새도 없었다. 무엇보다 조미료가 많은 음식을 먹으면  여지없이 혓바닥이 까지는데 중깐은 그렇지 않았다. 부담이 없다. 면을 다 먹고나니 소스가 남았다. 그냥 남길 수 없어 공기밥을 주문했다. 밥도 잘 지어졌다. 남은 중깐 소스에 밥을 반 공기 넣어 비볐다. 그리고 먹었다. 안시켜먹었으면 후회할뻔했다.  

그럼 다른 음식은 어떤가? 삼선 간짜장은 일단 풍성했다. 면은 일반 중국집 면처럼 도톰했다. 무엇보다 음식이 세지 않았다. 맵고 짜야 짬뽕이라는 편견을 깨줬다. 국물은 부드러웠으며 얹어진 각종 해산물은 싱싱했다. 해물덮밥도 마찬가지였다. 볶음밥을 시켜먹지 못한 것이 영 후회된다.

참참, 탕수육!! 먹어라 먹어야 한다. 고기는 부드럽고 고기를 감싼 튀김옷도 순하다.

이런 중국집이 집근처에 있으면 분명 자주 방문할 것 같다.


돌아오는 길이 박찬일 요리사가 쓴 중깐에 대한 글을 읽었다. 음....이 분이 왜그리 단호하게 '중깐'이라고 댓글을 남겼는지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목포에 간다면, 한 끼를 먹어야한다면 꽃게 비빔밥이나 민어회보다 중깐을 우선 순위에 두어도 좋을 것이다. 요즘 지방에서 인기있는 지역 대표 음식들은 대부분 서울에도 그에 준하는 맛집이 있다. 그러나 중국 음식점같이 흔한 음식은 그렇지 않으니 목포에 가면 중화루에서 중깐과 탕수육을 먹어야 한다.


전라남도 목포시 목원동 영산로75번길 6   (061-244-6525)                     

오후 9:00에 영업 종료


 

매거진의 이전글 도톰한 제육과 맛있는 김치, 서대문 고향식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