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퍼 천국 양양, 우리는 무엇을 하고 어디에 갔나
지난 주말 30시간 남짓 양양에 머물렀다. 서울에서 고속버스로 3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 양양은 딴 세상이었다. 몇 년 전부터 양양에 분 서핑 바람으로 양양군 현남면 죽도와 인구 지역은 국내 서핑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그에 어울리게 새 건물도 많이 들어서고 힙한 카페와 서핑 샵도 즐비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나는 십수 년 전에 이곳에 온 적이 있었다. 한 겨울 당시 서퍼들을 위한 유일한 숙소였던 '카리브'에서 며칠을 머물며 겨울 바다를 즐겼다. 카리브는 이제 없고 당시 한산했던 작은 바다 마을도 더 이상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란색이 잘 어울리는 양양의 세계는 서울과 달랐다.
<첫째 날>
30시간 동안 우리 부부가 한 일은 서핑과 태닝 그리고 먹고 마신 일이었다. 서울에서 오전 10시에 출발해 도착하자마자 양양터미널 옆 기사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친구이며 동생인 커플의 안내로 양양으로 들어갔다.
서퍼들의 천국 죽도와 인구는 바로 옆 마을이었고 동생 남자 친구의 배려로 우린 인구에서 가장 깨끗하고 좋은 숙소인 <플로우비치FIOW BEACH>에서 머물게 되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2030 서퍼들이 많이 모이는 서핑 클럽 <엉클서프(인스타그램 @unclesurf_yy)>로 갔다. 남편이 오후에 이 곳에서 서핑 강습을 받기로 예약이 되어있었다.
남편은 생애 처음으로 서핑 슈트를 입고 서핑 보드를 들고 엉클서프의 베테랑 강사인 이웅 선생님의 지도를 받고 인구 바다로 나갔다. 마침 초보에게 가장 잘 맞는 파도가 치고 있었다. 남편은 서핑을 배우고 나는 그것을 지켜보았다. 나도 하고 싶었으나 물을 극도로 무서워하는 '아쿠아 포비아'인 나는 구경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이 서핑이라는 것은 보기만 해도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그 날 저녁, 엉클서프의 바비큐 파티에서 만난 이현승 영화감독은 서핑의 매력을 이렇게 말했다.
"파도는 단 한 번도 같은 모습으로 오지 않아. 매번 다른 파도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설레는 일인지는 서핑을 해야만 알 수 있지."
그 말을 듣고 보니 보드를 이용한 다양한 스포츠가 있지만 파도 위에서 노는 서핑과는 모두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편은 1박 2일 주말 동안 두 차례 서핑 강습을 받았다. 첫날엔 서핑을 처음 대하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자신감을 배웠고, 둘째 날은 자신감에 자세를 얹었다. 정말 적절한 커리큘럼이었다. 첫날 보드 위에서 당당히 서서 파도 위를 걷던 남편은 둘째 날엔 보드를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보드에서 엎드리고 서는 동작을 반복해서 익혔다. 남편이 서핑을 하는 동안 나는 모래사장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파도 소리를 들었다. '망중한' 이란 단어가 너무 잘 어울렸다.
첫날 서핑을 마치고 저녁은 '엉클서프'에서 열린 바비큐 파티에서 고기를 맘껏 먹었다. 엉클서프는 매주 토요일 저녁에는 이렇게 바비큐 파티를 열어 자연스럽게 서퍼들이 모일 수 있도록 한다. 예약을 하고 2만 원만 내면 이 자리 어울릴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만난 2030 젊은 서퍼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고 행복해 보였다.
바비큐 자리가 끝나고 우리 일행은 서핑 샵인 'JANGA(짱가)'에 있는 카페에서 간단한 안주와 술을 더 마셨다. 짱가는 서퍼들에게 필요한 슈트와 보드 등의 다양한 장비를 파는 곳이다. 나야 관심이 없지만 서핑에 빠진 사람이라면 지갑을 탈탈 털리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서핑엔 초보지만 양양을 기억하고 싶어 짱가 옆에 있는 수공품점 '엉클스톤'에 들렀다. 이곳의 주인이 직접 만들어 주는 팔찌를 남편과 하나씩 나누어 감았다. 팔찌 발찌 등을 만들어 파는 엉클스톤의 기념품은 양양을 기억하기에 적절했다. 이렇게 첫날을 보냈다.
<둘째 날>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아침 6시에도 바다에는 파도는 타는 서퍼들이 제법 있었다. 우리는 게으름을 피우다 오전 8시부터 문을 여는 카페 <KHAN(칸)>으로 가서 커피부터 마셨다. 칸은 촬영감독과 양양 토박이가 하는 카페로 커피와 간단한 요깃거리를 파는 곳인데 무엇보다 아침 8시에 문을 여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카페를 지키는 양양 토박이 성룡 씨에게 아침 식사를 할만한 식당을 물으니, 백반집 <서울식당>과 <죽도 식당>을 추천해 주었다. 죽도 식당으로 갔다. 토박이 아주머니가 하는 곳이었는데 별 특색이 없는 밥집이지만 장맛은 좋아서 된장국이 아주 좋았다.
밥을 먹고 있는데 동생의 전화가 왔다. 전날 밤에 만난 일본인 프로 서퍼가 죽도에서 서핑을 할 예정이라며 '파도를 잘 타는 예'를 보러 가잔다. 갔다. 와~~~~~그는 정말 파도 위를 성큼성큼 걸었다. 입이 쩍 벌어지게....
책을 좋아하고 책은 만드는 우리는 동네에 책방이 있으면 가급적 찾아간다. 양양에도 작은 동네 책방이 있었다. 책방 이름은 <파란 책방>. '그대 안의 블루'라는 영화로 한국 영화계의 미적 감각은 한 단계 올린 이현승 영화감독이 운영하는 곳이다. 이현승 감독은 2013년 서핑에 입문하고 서핑과 사랑에 빠져 결국 양양에 터를 잡았다고 했다. 파란 책방은 무인 운영이다. 책을 읽고 싶으면 들러서 책을 읽고 진열된 책 중 필요한 책이 있으면 구매를 하면 된다. 책 값은 책방 내 돈통에 집어넣으면 된다. 우리도 당연히 책을 구매했다.
점심은 조금 멀리 이동해서 먹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건강한 한식을 파는 <달래촌>였다. 주물 솥에 지은 버섯밥과 정갈한 나물 반찬 등이 아주 좋았다.
죽도 서퍼들의 참새방앗간인 파타고니아 양양점에 들러 남편은 모자, 나는 반바지를 구매하고 두 번째 서핑에 도전했다. 나는 태닝을 했다. 날씨도 파도도 좋은 환상의 시간이었다. 양양과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서핑을 마치고, 타일러 서프에 들러서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먹고 레몬 비치에 들러 오미자 차를 마시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이곳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 마을을 점령하여 땅값도 가게 세도 올라도 너무 올라 오히려 원주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쫓겨 나가고 있다고 한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박 2일 종합>
지낸 곳/ 양양시 현남면 죽도리와 인구리(두 동네는 걸어다니는 거리)
숙소/ 플로우비치(뷰가 몹시 좋은 새로운 숙소, 주말 숙박비가 6월 말 현재 195,000원였으나 성수기엔 더 오른다고 한다)
어트랙션/ 엉클서프(초급 그룹 레슨 2회 14만원, 슈트 렌탈은 1일 1만원 보드는 2만원)
식사/ 양양기사식당(백반), 죽도식당(백반, 아침), 달래촌(예약제, 1인 1만5천 원 부터),
카페/ 칸(아침 8시 오픈), 타일러 서프(브런치), 레몬비치(오미자차, 매실차 등)
기념품/ 엉클스톤(발찌 팔찌 등 수공예품), 파란책방(동네를 기억할만한 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