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거리를 두고 느긋하게, 부부 그래도 좋다.
아침은 고양이 순자가 열어준다 내 머리 옆에서 자다 내가 일어난 기미가 보이면 기가 막히게 알고 가슴 위로 올라와 쓰다듬어 주길 강요한다. 자기 성에 차지 않았는데 내가 쓰다듬기를 멈추려 하면 얼굴을 내 손에 대고 비비며 계속하라고 한다. 순자가 하루 중 유일하게 온몸으로 애교를 부리는 시간이다. 그러나 그 시간은 고작 1~2분 남짓이다.
우리 사랑이라고 뭐 많이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연애 시절 찾던 뜨거운 몸과 애틋한 감정은 잠시, 이후로는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마음을 쏟는다. 살며 잠시 연애 감정을 찾기도 하지만 대체로 평온하게 서로를 의지하고 살핀다. 고양이의 느긋함이 부부의 관계에도 도움이 된다
딱 고양이의 하루처럼 살아도 괜찮겠단 생각이 든다.
남편이 제주로 가고 닷새 째 되는 날 난 처음으로 내가 먹겠다고 밥을 지었다. 칭찬한다.
닷새 째, <달문, 한없이 좋은 사람> 렉처 콘서트를 보고 뒤풀이에 갔다. 제주를 같이 걸은 광주에 사는 준희씨가 우리 집에서 자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