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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의 가장 막강한 적은 이웃의 민원

3일차, 벽이 사라지고 마당은 넓어졌다

흙벽을 만들 때 쓰인 기본 지지대로 풀을 엮은 후 이 위에 흙을 발라 벽을 만들었다



2020.03.12. 공사 3일차


우려하던 일이 드디어 일어났다.

공사의 가장 큰 적은 이웃의 민원이다. 이 민원을 부드럽게 해결하지 못하면 공사가 중단될 수도 있고 입주도 하기 전에 이웃과 적이 될 수도 있다. 우리 부부는 일단 공사 시작하는 날 골목 이웃들에게 떡을 돌리며 공사기간과 소음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철거기간에 대한 설명을 드리고 양해를 구했다.운이 좋게도 이웃들은 알았다고 공사를 잘 마치고라고 답해주셨다.


그런데 의외의 복병이 나타났다. 바로 동네에서 폐종이를 수거하시는 노인분이셨다. 오늘 바로 이 노인께서 우리 집에서 나온 싱크대 상판과 철근을 가져가시겠다며 소리를 지르며 권리를 주장하는 바람에 폐기물을 수거하러 오신 사장님과 실랑이를 했다. 결국 일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폐기물 수거업체 사장님께서 신고를 했고 경찰들이 와서 노인을 진정시켰다. 경찰들은 늘 있는 일이라는 듯 노인을 설득하려 들지 말고 이런 일이 일어나면 바로 신고하라고 조언해 주었다.


마침 남편이 공사 현장에 갔다가 현장을 내게 생중계해주었다. 이 노인분은 '자신이 얼마나 독한 사람인줄 아냐'며 '끝까지 괴롭히겠다'고 선언하시면서, 동시에 남편이 뭘 좀 드시겠냐 여쭈니 우유 큰 거 한 통을 주문하셨다고 한다.


아마 공사가 끝날 때까지 이 노인분은 종종 우리를 힘들게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미 인사를 나눈 적이 있는 이 분이 안쓰럽게 여겨졌다. 이사를 가면 종종 음식을 나눠 드리자고 남편과 합의를 했다.


철거로 폐기물이 작은 산을 이뤘다.

오늘도 여전히 철거가 진행되었다. 마당에 있던 창고에서 나온 벽돌과 연대를 추정할 수 없는 벽의 흙을 꺼내 놓으니 산을 이룬다.

골목의 한옥을 대수선할 때는 정말 조심해야한다. 한옥들은 우리 집 벽이 동시에 옆집의 벽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행이 우리 집은 사방의 벽이 그 어느 집과도 붙어있지 않아 목수님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했다.


이 집의 벽은 흙벽이다. 이 흙벽은 억새나 갈대로 보이는 풀을 엮은 후 그 위에 흙을 발라 무너지지 않게 벽을 만들었다. 흙벽은 도대체 언제 사라졌을까? 흙벽의 정체를 보니 적어도 이 집은 90살이 넘어보였다. (1919년 이후로 콘크리트를 비롯한 다양한 건축재료가 들어오며 흙을 대치했다는 자료를 본 적이 있다). 오늘 흙벽은 모두 사라졌다. 그럼에도 철거는 현재 진행형이다.

포크레인이 확 밀어 버릴 수 없는 한옥 대수선의 현장은 철거마저도 모두 사람의 손으로 한다.


오늘 목수님을 비롯한 분들의 간식은 단팥빵과 따듯한 베지밀이었다. 7시 30분에 일을 시작하시고 낮 11시 30분에 점심을 드시는 이 분들에게 가장 적절한 간식 시간은 오후 2시30분에서 3시 사이일 것이라고 나름 계산하고 간식을 사들고 가서 오늘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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