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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은 나무와 흙, 자연을 집으로 들이는 작업

한옥대수선 10일 차_목공 시작, 마당을 생각하다.

2020.03.21. 공사 10일 차


철거, 깎기 작업이 끝나고 드디어 목공 작업이 시작되었다. 이대환 깎기 전문가께서 때를 벗겨낸 나무에 임정희 목수님이 일일이 오일을 바르고, 김치열 목수님은 대문 쪽에서 수도 설비 점검을, 김정국 목수님은 큰 틀을 다듬고 맞추는 작업을 하고 계셨다.


한옥은 나무와 흙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집이다. 현대에 들어오면서 흙을 대치하는 재료가 많아 더 이상 벽면을 흙으로 고집하진 않지만 나무는 여전히 그 역할을 충실히 한다. 당연히 나무를 다루는 목수님들의 역할이 크다.

우리 집은 임정희 목수님을 중심으로 챨스라 불리는 김치열 목수님과 이들의 막내 김정국 목수님이 합을 맞춰 작업하신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그랬다.


때를 벗고 비닐 장막을 걷어내고 모습을 드러낸 한옥은 내가 봐도 이쁘다.


서촌 김성준 선배께서 현장 구경을 오셨다. 김 선배는 서촌 토박이로 취아당이란 한옥집에서 사신다. 소행성으로 우리 부부가 이사 들어왔을 때 우리 집 마당에 배롱나무와 앵두나무를 직접 심어주셨다. 이사하며 이 나무를 두고 가야 하는 것이 좀 아쉽다.


선배는 집 안과 밖을 둘러보시고 집 상태가 좋다고 말씀해 주셨다. 해도 잘 들고 아주 밝다고 하셨고 특히 창고를 허물어 드러난 마당의 벽이 너무 예쁘다고 하셨다. 기분이 좋았다.


마당에 심을 나무를 고민 중인 나는 선배에게 생각을 여쭸고 선배는 내가 원하는 나무를 심는 게 정답이라며 대신 나무의 키를 어느 정도로 키울 것인지 그리고 수형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많이 보고 선택하라고 하셨다.


나는 봄소식을 가급적 빨리 꽃으로 전해주는 나무를 심고 싶다. 현재 매화와 살구로 생각이 좁혀졌다. 골목 화단엔 작은 명자나무 몇 그루와 화초나 텃밭용 채소를 좀 심으면 어떨까 생각 중이다. 누가 좀 뜯어가도 좋다는 심정으로 말이다.

오일이 발라지기 시작한 서까래와 박공

화단을 제외한 마당은 미장을 유지한 채 마사토를 깔기로 했다. 마당이 깊고 배수가 잘 되도록 경사가 있어 굳이 미장을 부수지 않아도 된다는 목수님께서 설명해 주셨다. 미장을 살리고 마사토를 까니 풀 뽑을 걱정을 안 해도 될 거 같다.


아직까진 모든 과정이 순조롭다.

저녁에 서촌에서 만난 분들도 우리의 선택을 칭찬해 주셨다.

이 좁은 나라에서 아무것도 없으며 동시에 꽉 찬 마당을 갖는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이들은 모두 단독주택에서 사시는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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