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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이사란 정말 포장만 해주는 이사였구나

한옥대수선 +2일 차, 이사 그 참을 수 없는 서비스 부재의 빡침

2020.05.10


토요일 예정된 이사를 일요일로 바꾸었다. 3년 9개월간 정들었던 우리 부부의 첫 집이었다. 8천만 원을 들여 수리했고 주변을 나름 성의 있게 가꿨다. 센티해져 주변을 돌며 사진을 찍고 이 집에 새로 오실 분을 위해 화단 식물 설명을 비디오로 녹화했다  



이 집에서 필요할 몇 가지 물건을 선물로 남겼다. 그의 독립 후 첫걸음이 무탈하길 바라는 마음였다.


내 마음과 달리 세 업체에서 견적을 받고 선택한 이삿짐센터는 엉망였다. 두어 차례 현장을 보라는 의견을 무시하더니 와서는 힘들겠다는 말을 연발했고 심지어 이런 데서 사람이 사냐는 망언을 했다. 냉장고도 텔레비전도 소파도 침대도 없는 이삿짐인데 인부는 다섯이(여자 포함하면 여섯) 왔다. 그런데 인부들이 우리말이 서툴러 일을 시킬 수도 없는 지경였다. 그들은 그야말로 짐을 쑤셔 넣고 내뺐다. 하는 수 없이 그들이 엉망으로 쑤셔 넣은 짐을 모조리 꺼내 정리했다.


‘다방’에서 이사 서비스를 론칭해 그래도 중간은 하겠지 했는데 실망도 이런 실망이 없다. 남편에게 들으니 이 업체는 ‘다방’과 ‘영구 이사’ 두 곳과 계약을 맺은 이삿짐센터였다. 더 정확하게 상호와 사장의 이름을 밝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러면 안되니 참는다.


새벽에 아침밥을 지어먹고 점심은 성북동김밥에서 김밥과 라면을 먹었는데 평소 자주 드나들던 성북쭈닭발 사장님께서 우리 부부 식사비를 계산하고 가셨다. 저녁엔 남편과 성북쭈닭발에서 소주 한 잔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사를 마무리하고 친구 집에 맡겨두었던 순자를 데리고 왔더니 영 적응을 못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한옥에서의 첫날밤을 이렇게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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