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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온전히 파악하신 분들의 선물 그리고 손님상

따듯한 공간 한옥, 찾고 싶은 공간이 되어가고 있어요

'친구들이 무시로 드나드는 집'을 표방하였고 게다가 손님방도 따로 있으니 이사 후 손님이 많이 오신다. 그분들은 절대로 빈 손으로 오시는 법이 없다.


누군가는 꼭 필요한 것을 사라며 봉투를 주시기도 하고, 조금 편한 관계는 필요한 것을 물어 그 필요한 것을 사서 보내주시기도 한다. 이 모든 게 빚이기도 하지만 선물받는 일은 참 기분이 좋다.

선물이라는 것이 그렇다. 나를 위해서는 손이 떨려서 사지 못할 물건도 친구에게 줄 선물이라면 호기를 부릴 수 있다. 은하가 선물해 준 빗자루와 쓰레받기가 그런 예다.


이사를 하고 수시로 사용할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사려고 아무리 뒤져도 맘에 드는 것이 없었다. 일상에서 수시로 사용하는 물건 중에 기능을 갖추고 디자인까지 빼어난 물건은 의외로 없다. 혹시 추천이라도 받을까하고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재빠르게 은하가 찾아서 보여줬다. 그런데 가격이 너무 높았다. 그랬더니 은하가 집들이 선물로 해주겠단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러자고 했다. 도착한 빗자루와 쓰레받기는 너무 이쁘고 기능도 좋았다.


나를 대신해 손님방에 사용할 침구를 골라준 친구, 돈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운 삼베 침구를 보내주신 박자야 선생님, 모두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어제 방문한 선생님들께서 날 생각하면 들고 오신 선물을 보니 눈물이 절로 날 뻔했다.

새벽 이른 시간 산과 들에서 꽃 잎을 하나씩 따고 말려서 직접 담근 꽃차, 손이 많이 가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김부각, 친환경 세제와 목욕제, 지금까지 보아온 어떤 쟁반보다 아름다운 쟁반, 손님 많은 집 커피 떨어지지 말라고 넉넉한 양의 향기좋은 커피, 식구 적은 우리가 여름내 수박 한 통 사먹지 못한 것을 뻔히 파악하신 선생님의 큰 수박. 나를 너무 잘 아는 분들의 기가 막히기 아름다운 선물이다. 


이렇게 받기만 해도 좋은지 모르겠지만 일단 매우 기쁜 마음으로 받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어젠 한옥에서 하루 머물고 싶다며 용기를 내어 우리 집 문을 두드린 친구가 오셨다. 한옥을 더 느끼고 싶다며 우리 먹는대로 저녁도 먹고 싶다고 하셨다. 시레기를 불리고 차돌박이를 사서 '차돌박이시레기밥'을 했고 된장국을 묵직하게 끓여드렸다. 밥의 간이 살짝 맞지 않았지만 맛있게 드셨다. 밤엔 직접 들고 오신 와인도 한 잔씩 했다. 아침도 간단히 차려 드렸다. 역시 맛있다며 드셨다. 별 거 아닌 음식였는데도 말이다.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받은 선물의 마음을 나는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쓴다. 이렇게 선물의 마음은 돌고 돌 것이다. 한옥에서 새롭게 시작한 '성북동소행성'의 시간이 이렇게 흐른다. 


한옥이라는 공간은 사람을 더 따듯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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