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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를 보하고 가을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음식

단호박과 마, 토란과 도라지 그리고 포도와 배, 환절기에 먹어야 한다

지난해 10월에 시작한 고은정 선생님의 <시의적절약선음식학교> 1년 과정을 마쳤다. 1년 동안 매 달 첫 번째 주말엔 선생님께 음식을 배우러 지리산 실상사 근처에 있는 <맛있는 부엌>으로 갔다. 과정 중 코로나19가 시작되었고, 코로나19가 극심했던 3월을 제외하곤 매달 동서울 터미널에서 아침 8시 20분에 출발하는 백무동행 시외버스를 지리산으로 갔다(3월엔 승용차 이용).


1년 과정을 마치며 내가 깨달은 것은 음식에 있어 제철과 로컬의 중요성이다. 약선음식은 약이 되는 음식을 뜻한다. 자신의 체질과 건강 상태 그리고 계절에 맞은 음식을 먹음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건강한 몸으로 회복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런데 이런 음식은 아주 특별한 식재료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그 계절에 구할 수 것이었다. 조금 오래전 유행한 단어이지만 신토불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가을학기 1회 차 1강>

9월은 시의적절 약선음식학교 가을 학기가 시작되는 달이다. 이 달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로 오행 중 흙 그리고 장기로는 비위가 이에 해당된다. 따라서 비위를 건강하게 하는 음식을 먹으면 가을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 첫 시간엔 단호박, 두부, 무화과, 구기자, 산초를 식재료로 하는 음식을 배웠다.


단호박고구마밥

호박은 토에 해당하는 대표적 음식으로 양분을 빨아올려 순환시키고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며 늘어진 비위 기능을 회복시킨다. 단 맛이 강한 단호박을 올려 밥을 지으면 없던 입 맛도 살아난다. 그러니 이 계절이 가기 전에 꼭 한 번 해 먹자  


연포탕

연포탕은 원래 부드러운 두붓국이란 의미다. 이 연포탕이 언제부터 낙지 맑은탕이 되었는지는 모르나 아무튼 원래는 고깃국물에 두부를 넣어 끓인 탕으로 상갓집의 음식이었다고 한다. 닭을 한 마리 국물을 내고 그 국물에 채소와 버섯 그리고 두부와 고기를 놓아 끓여보자. 이만한 환절기 보양식이 없다.


노각무침과 산초장아찌

오이는 원래 이름은 황과이다. 노각은 우리가 늙은 오이로 알고 있으나 실은 토종 오이의 완숙 상태이다. 산초열매 장아찌는 그 특유의 향과 맛으로 밋밋한 음식에 포인트를 준다. 연포탕에 산초장아찌를 얹어 먹으면 풍미가 배가 된다  


무화과 포도 샐러드

백로 즈음엔 포도가 가장 맛있다. 이 즈음 많이 나오는 무화과와 함께 샐러드를 만들면 눈도 입도 즐겁다.


구기자황정(둥굴레)차

둥굴레를 달인 물에 구기자 몇 알을 넣으면 구수하고 달큼한 맛이 일품이다  


<가을학기 1회 차 2강>

두 번째 수업의 식재료는 마, 밤, 토란, 도라지, 배였다.


마밤밥

마는 비장을  튼튼하게 하고 폐와 신장을 보하며 밤은 한의사들이 추천하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아주 좋은 식재료이다.


토란국

토란은 흙속의 알이란 뜻이다. 계란만큼 완벽한 식재료란 의미를 품고 있다. 손질이 다소 까다롭지만 들깨를 갈아 끓인 토란국은 인생음식이라해도 부족하지 않다.


도라지 무침

도라지는 폐와 기관지에 생기는 염증 반응에 도움이 된다. 우리가 목이 아프거나 기침을 할 때 도라지를 먹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배숙

배는 진액을 저해 갈증을 풀고 열을 내리는 작용을 하고 폐를 촉촉하게 한다. 생강은 몸을 따뜻하게 하며 독소 제거에 도움을 준다. 특히 이 따듯한 성질로 채식으로 속이 차가워진 사람들에게 생강은 매우 유용한 식재료다. 생강 달인 물에 배와 후추를 넣고 푹 끓인 배숙은 그래서 환절기 감기에도 도움을 준다.


<선생님이 차려주신 밥상>

수업 시작 전 토요일 점심은 원래 근교를 돌아다니며 먹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것이 여의치 않았다. 수업 전에 도착한 수강생을 위해 선생님은 고구마순을 넉넉히 넣고 신선한 고등어를 조려주셨다.

일요일 아침엔 어제의 연포탕이 육개장으로 변해 있었다. 밭에서 막 딴 깻잎 향이 매우 좋았다. 난생처음 본 더덕꽃은 캄파눌라와 비슷했고 아주 어린 더덕 맛이 났다. 막 따온 토종 오이의 맛은 마트에서 사서 먹던 것과 비교 자체가 불가했다.


수업 전에 늘 실상사 주변 숲 속을 탐험했다. 지리산 정상은 선생님께서 지도해 주신 이 시간에 우리 산과 들에서 자라는 이름을 알지 못했던 무수한 식물과 만났다. 숲을 거닐며 지천에 널린 들꽃으로 테이블을 장식하는 것도 내겐 아주 큰 즐거움이었다. 이번엔 특별히 전종윤 선생님께서 꽃차를 만들기 위해 밭에서 기른 맨드라미를 가져오셔서 옹기 항아리에 꽂았다. 옹기와 맨드라미가 너무 잘 어울렸다  


이렇게 1년의 과정을 마쳤고 나는 수료증과 약선음식학교 앞치마 그리고 개근 선물을 받았다. 이 과정을 통해 다시 한번 ‘먹는 음식이 바로 그 자신’이란 말과 ‘음식으로 고치지 못할 병은 없다’란 말에 담긴 뜻을 알게 되었다.


전체 수업을 지도해 주신 <맛있는부엌>의 고은정 선생님, 우리의 끼니를 챙겨주시고 순간순간 깨알 같은 지식을 나눠주신 전종윤, 이영란 선생님, 매달 숲의 식물과 친분을 맺게 해 주신 정상은 선생님 모두 고맙습니다.


참고로 내가 1년 동안 다닌 고은정의 시의적절약선음식학교는 지리산 실상사 인근 맛있는부엌(남원시 천왕봉로 783)에서 매달 첫 번째 주말 1박 2일 간 2강의 수업이 진행되며 계절 단위로 수강생을 모집한다. 봄은 3월, 여름은 6월, 가을은 9월, 겨울은 12월에 시작하며 선생님의 이론 수업과 시연은 물론 조별 실습까지 포함된 본격 한국 음식 학교다. 보통은 같은 곳의 제철음식학교 수료생들이 심화과정으로 수강한다.


한국음식은 배우면 배울수록 알면 알수록 참 어렵다. 우리가 끼니로 대해서 그렇지 우리 음식은 매우 아름답고 맛있으며 좋다. 우리 음식을 제대로 하기위해선 반드시 공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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