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의 인문학, 쌀에 대한 지식부터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밥까지
2019년 1인당 쌀 소비량은 59.2kg이었다. 조선을 방문했던 여러 외국인의 증언에는 조선인을 특징짓는 데 ‘대식’이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왜 우리의 쌀 소비는 이토록 줄었을까?
이 책의 첫 장은 바로 이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한반도에 등장한 쌀, 이 쌀이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식생활의 근간인 ‘밥’이 되는 과정을 따라오다보면 살을 빼겠다고 밥 공기를 줄인 나를 만난다.
나의 밥공기는 왜 줄어들었을까? 거기엔 서구화된 식생활이 있고, 이 식생활은 1960년 초반부터 장려된 혼분식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이 혼분식운동은 우리나라가 쌀 자급이 가능하게 된 1977년 이후에도 지속되었다(나의 혼분식운동 경험은 처음 도시락을 싸서 학교에 갔던 1979년 국민학교 3학년 때였다. 도시락 검사용 콩을 적당히 밥 위에 얹은 도시락을 싸 가거나 불시의 검사에 친구의 콩을 몇 알 얻어 밥 위에 얹었던 기억이 난다). 여기엔 바로 어쩔 수 없는 권력의 규율이 작동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땐 약간 화가 났다.
자, 그렇다면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이 책 <밥의 인문학>을 제대로 읽고, 밥 속에 담긴 우리 문화와 철학을 제대로 알며 한 그릇의 밥을 맛있게 먹고 가족과 친구와 더불어 즐겨야 할 것이다.
우리 문화 면면에 깃든 밥의 정서는 때론 슬프고 때론 따듯하다. 대보름 풍속 중 하나로 ‘밥 아홉 그릇 먹고’라는 대목은 우리가 얼마나 굶주리며 살았는지를 단적으로 표현한다. 풍속화, 판소리에 담긴 밥문화는 따듯하고 정이 듬뿍 담겼다.
무엇보다 북한의 식문화에서 만나는 다양한 밥의 향연은 궁금하여 호기심을 자극한다. 식재료면에서 남한보다 다양하지 못해 밥에 더 집착했을 수도 있겠지만 한 그릇 밥으로 영양과 끼니를 해결하는 모습이 보여 이 다양한 밥이 바쁜 현대인에게 어울릴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조선 후기부터 발간된 그 많음 우리 조리서 중 제대로 보고 읽은 게 없다는 점을 반성하게 했다. 물론 과거의 조리서는 현재의 식생활과 동떨어져 봐도 실생활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무엇을 먹느냐가 그 사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문학 작품 속에 깃든 우리 밥의 정서는 생명의 근원이며 한국인과 동일시된다. 이런 정서를 기반으로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밥이 이렇게 많은 줄 미처 깨닫지 못했다.
개인적으론 이 다양한 작품중 함민복 시인의 시 <긍정적인 밥>이 참 좋다. 이 정서로만 세상을 대한다면 세상이 따뜻해질 것 같기 때문이다
밥이 품는 이런 따뜻한 정서와는 달리, 우리에게 각인된 한식의 이미지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 일례로 다양하게 기획되어 열리는 요리수업 중 한식 수업은 인기가 없다. 그런데 막상 우리가 실생활에서 밥상을 차리자하면 배우려 하지 않는 밥 한 그릇을 제대로 지을 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밥을 만만하게 보기 때문이다.
우리의 밥문화가 살아남으려면 이제 한식당의 한식이 고급한 음식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한다. 이 말에 한편은 동의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따뜻하게 제대로 지어 내놓은 밥 한 그릇에 파스타에 그러하듯 제대로 댓가를 기꺼이 지불하는 마음이 먼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학에 등장하는 음식을 만나는 일은 흥미롭다. 특히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시대의 음식을 만나면 그 맛을 상상하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저자가 그랬듯 좋아하는 작품에 등장하는 음식을 만들어 재현해 보고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어떤 작품의 어떤 음식을 해먹을까?
박경리의 <토지>는 내가 읽었음에도 그 안에 등장하는 음식을 눈여겨 보진 않았다. 음식이 그 시대의 생활상을 대변하는 데도 그것을 넘겨버린 것이다. 또 다른 각도로 책을 읽어봐야 할 이유가 생겼다.
밥을 좋아한다. 그러나 한 때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밥을 멀리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는다.1만 5천 년 전부터 쌀을 먹은 민족이다. 만약 쌀이 몸에 좋지 않았다면 그리 오래 먹지 못했을 것이다.
좋아하는 밥을 제대로 해 먹으려 2년 간 늘 밥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는 고은정 선생님께 음식을 배웠다. 선생님은 수업마다 다른 밥을 가르쳐 주셨고 그 모든 밥은 맛있었다.
이 책의 마지막은 바로 쌀과 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혹시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밥을 멀리 하고있다면 이 책의 마지막 부분만이라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