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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용하는 단어가 바로 나이다

<반성문>, 앞으로 이쁜 말만 하겠습니다

최근 가장 민망했던 순간, 그래서 숨고 싶었고, 내 언어 능력이 얼마나 비루한 지 알게 된 순간이 있었다.


손님을 초대해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 술도 한 잔하며 유쾌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이야기 중에 다른 것엔 재주가 많은 분이 요리하는 데는 썩 재주가 발휘되지 않는 것 같다는 의미로 난 그에게 ‘요리 고자시네요’라는 표현을 썼다.


고자라는 단어가 내 입에서 튀어 나가는 순간 나는 속으로 ‘아뿔싸!’했다. 이런 저렴한, 게다가 성차별적인 단어를 내뱉다니...

나의 이 단어에 손님은 살짝, 아주 살짝 놀라시며 ‘아, 네, 제가 요리는 못해요’라고 답하셨다. 그 순간, 아.... 정말이지 쥐구멍이라도 있었다면 들어가고 싶었다.


나는 평소에 대중 강연을 가끔하는 남편에게 사용하지 말아야하는 단어에 대해 말하며 주의를 준다. 대표적인 단어가 ‘병신’이다. 병신은 ‘신체의 어느 부분이 온전하지 못한 기형이거나 그 기능을 잃어버린 상태. 또는 그런 사람’을 뜻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이니 이 표현을 무엇인가 부족한 사람이나 상황에 사용하면 안된다. 비슷하게 성차별적인 표현, 얕잡아 보는 뜻으로 ‘여자가 무슨~~’이나 칭찬이라면서 ‘여자라며?’ 등은 정말 조심해서 사용하라고 당부한다.


비슷한 마음으로 정말 좋은 음식과 좋은 일에 ‘마약~~’, ‘~~중독’이란 표현도 사용하지 말자고 남편과 약속했었다. ‘~~충’은 듣는 것만도 기분 나쁘다.


나는 글을 다루는 사람이다. 내가 사용하는 단어는 바로 나이다. 생각없이 내뱉는 단어가 곧 인격이다.


<사진은 그날의 밥상이며 손님께는 이 글을 통해 사과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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